38세의 특타 훈련, 현역 최고령이 배팅볼 투수...6시간 후 끝내기 안타(동영상) [오!쎈 잠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0.06.13 05: 09

 둘이 합쳐 80세가 넘는 LG의 두 베테랑이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12일 롯데-LG전을 앞둔 잠실구장. 오후 3시 반 무렵, 전날 더블헤더를 치르느라 피곤한 LG 선수들 중에서 ‘특타 훈련’을 준비하는 이가 있었다. 베테랑 정근우(38)였다. 그는 최근 5경기 연속 무안타로 부진, 시즌 타율이 1할9푼2리로 떨어졌다. LG가 초반 2~3위의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정근우는 마음이 편치 못하다. 
정근우가 배팅케이지에서 타격을 준비할 때, 배팅볼을 던져 주기 위해 마운드 쪽에 올라선 이는 KBO리그 현역 최고령이자 LG의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41)이었다. 박용택이 배팅볼을 던져 주는 것은 거의 처음 보는 일이었다. 
그는 2년 전 FA 계약을 할 때, 이미 계약 기간이 끝나면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올해가 선수 생활 마지막 시즌인 박용택은 최근 7경기 연속 안타를 때리며 3할 타율(.302)로 올라섰다. KBO리그 통산 최다 안타 기록을 하나씩 늘려가고 있다. 
우투좌타인 박용택이 오른손으로 정근우를 향해 배팅볼을 던져 줬다. 서로 훈련을 즐기면서 여유가 느껴지는 특타 훈련이었다. 박용택은 처음에는 몸쪽으로 바짝 붙는 공을 몇 차례 던지면서 정근우가 엉덩이에 공을 맞기도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박용택의 배팅볼 제구는 점점 영점을 맞춰갔고, 정근우는 ‘깡’ 하고 울리는 타구음을 내면서 외야 한가운데로 타구를 날려 보냈다. 박용택도 어느 덧 초반의 장난스러움은 사라지고, 진지하게 정확하게 배팅볼을 던져줬다. 
그렇게 10분 남짓, 38세 1할 타자의 타격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은퇴를 앞둔 ‘통산 2468안타’의 41세 레전드는 묵묵히 땀 흘리며 배팅볼을 던져줬다. 둘이 합쳐 우리 나이로 80세가 넘는다. 박용택은 생일이 지나 우리 나이로 42세다.
12일 롯데전에 앞서 특타 훈련에 나선 정근우에게 박용택이 배팅볼을 던져주고 있다. /orange@osen.co.kr
2-2 동점인 연장 10회말 LG의 공격. 선두타자 채은성이 우중간 2루타로 출루한 뒤 희생번트(김민성), 볼넷(이성우)으로 1사 1,3루 찬스가 만들어졌다. 
타석에는 정근우. 앞서 2타수 무안타 1볼넷 2득점. 특타의 성과가 빛날 수 있는 극적인 순간이 왔다. 정근우는 2B 1S에서 바깥쪽 공을 침착하게 결대로 밀어쳐 우중간 끝내기 안타를 때려냈다. 개인 통산 16번째 끝내기 안타. 사실 정근우는 KBO리그 끝내기 최다 1위 기록 보유자다. 
정근우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1루 베이스를 밟았고, 누구보다 박용택이 먼저 그라운드로 달려나가 정근우를 축하해줬다.  특타를 한 지 6시간이 지난 뒤 달콤한 승리 기쁨을 만끽했다. (박용택은 이날 안타 1개를 추가했다)
앞서 정근우는 8회 1사 후 볼넷으로 출루해 폭투가 나오자 1루에서 2루를 거쳐 3루까지 과감하게 내달려 세이프됐다. 유강남의 적시타로 2-2 동점 득점을 올기도 했다. 
정근우는 경기 후 “열심히 노력하는데 심리적으로 쫓기는지, 결과가 안 나와 조급해지는 면도 있다. 오늘 특타 훈련을 했는데, 옆에서 용택이형이 배팅볼을 던져줘 고마웠다. 큰 결과가 나왔으면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용택이형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앞에서 은성이가 (2루타로) 찬스를 만들어줬고, 민성이는 번트를 잘 댔다. 실점 위기가 많았으나 윌슨이 잘 막아줬고, 나한테 찬스가 와서 꼭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를 계기로 슬럼프에서 벗어나고 싶은 바람이다”고 동료들에게 고마워했다. 
달콤한 끝내기. 13일은 특타를 하지 않을까. 정근우는 “글쎄… 내일 일어나서 몸 상태를 보고 결정하겠다. 요즘 잠에서 일찍 일어난다”고 환하게 웃었다. /orange@osen.co.kr
LG 정근우가 끝내기 안타를 날리자 박용택 등 동료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jpnews@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