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역대 최다 타이 기록인 18연패를 탈출한 지난 14일 한화는 구단 임직원 명의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빠른 시일 내 팀의 정상화를 위한 재정비와 쇄신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하며 “뼈를 깎는 각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팬들에 약속했다.
지난 2011년 5월에도 한화는 시즌 초반 극심한 성적 부진 속에 대표이사와 단장을 동시 교체하며 팀 분위기 쇄신을 선언한 바 있다. 단기 경기력 향상을 위한 혁신 방안으로 과감한 투자 확대를 통해 우수 외국인 영입을 명시했다. 실제로 시즌 도중 외국인 2명을 모두 교체했다. 그해 6월 합류한 거포 카림 가르시아가 장타력과 클러치 능력을 뽐냈고, 7월에 영입된 강속구 투수 데니 바티스타가 뒷문을 든든히 지키며 분위기 쇄신에 성공했다. 8위로 꼴찌였던 순위를 공동 6위로 끌어올린 채 기분 좋게 시즌을 마쳤다.
현재 최원호 감독대행 체제로 감독과 코치진을 교체한 한화가 추가로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은 트레이드와 외국인 선수 교체가 있다. 선수 자원이 부족해 트레이드 카드가 제한돼 있는 한화로선 외국인 교체가 가장 빠르고 확실한 쇄신 방안. 한 때 ‘복덩이’였던 3년차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31)이 극도의 타격 부진으로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한화도 교체 카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분위기다.

호잉은 14일까지 시즌 29경기에서 타율 2할2리 22안타 4홈런 14타점 7볼넷 29삼진 4병살 출루율 .250 장타율 .339 OPS .589를 기록 중이다. 규정타석 타자 58명 중에서 타율 57위(.2018)로 호잉 뒤에는 박병호(키움 .2016)밖에 없다. 출루율은 리그 꼴찌로 선구안이 완전히 무너졌다.
![[사진] 14일 두산전 첫 타석에서 타격폼에 변화를 준 호잉(오른쪽). 왼쪽이 평소 타격폼. /KBSN스포츠 중계화면 캡처](https://file.osen.co.kr/article/2020/06/15/202006152051779067_5ee7916f41bd8.png)
한화가 18연패를 끊은 13일 대전 두산전 서스펜디드 경기에서도 호잉은 자신감 없는 모습이었다. 7회 1사 1,3루 찬스에서 초구에 기습 번트를 또 시도했다. 지난 9일 사직 롯데전에서 호잉의 기습 번트 아웃을 봤던 최원호 감독대행이 “출루하고 싶은 마음만 받겠다”며 호쾌한 스윙을 주문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호잉은 9회 1사 1,2루 끝내기 찬스에서 2루 내야 뜬공으로 허무하게 아웃됐다. 30분 뒤 치러진 14일 경기, 1회 첫 타석에선 타격폼에도 변화를 줬다. 몸을 완전히 열어 놓은 기존 오픈 스탠스에서 오른 어깨를 닫고 방망이를 살짝 눕힌 자세로 타격했다. 타석의 결과는 유격수 내야 뜬공. 다음 타석부터는 원래 폼으로 돌아갔다.
한국에서 첫 해였던 2018년 타율 3할6리 30홈런 110타점 OPS .942로 활약하며 한화의 가을야구를 이끈 호잉은 지난해 타율 2할8푼4리 18홈런 73타점 OPS .800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극단적인 오픈 스탠스와 어퍼 스윙으로 인해 바깥쪽과 낮은 공에 약점이 뚜렷하다. 3년차가 되면서 모든 팀들에 약점이 완전히 간파됐고, 멘탈마저 무너진 모습이다. 가뜩이나 타선이 약한 한화는 호잉의 부진에 직격탄을 맞고 치욕의 18연패를 당했다.

단기간 급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팀 쇄신을 선언한 한화도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미국 야구가 멈춰 선수 풀이 제한돼 있고, 입국 후 2주 자가격리와 실전 준비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쇄신하고자 한다면 어떻게든 움직여야 한다. 말로만 하는 재정비와 쇄신은 18연패 사과문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일이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