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잘했어야 했는데…죄송합니다”.
한화가 18연패를 끊은 다음날이었던 지난 15일. 한화 투수 김범수(25)는 한용덕(55) 전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난 7일 대전 NC전을 끝으로 성적 부진에 책임지고 자진 사퇴한 한용덕 전 감독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직접 전하기 위해서였다.
16일 대전 LG전을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김범수는 “시간이 조금 지난 뒤 연락을 드려야 할 것 같아 어제 한용덕 감독님께 전화를 드렸다”며 “감독님이 ‘야구 잘하는 김범수구나’라는 말씀을 해주셨다”고 통화 내용을 살짝 공개했다.
![[사진] 한화 투수 김범수(왼쪽)가 이닝을 마친 뒤 한용덕 감독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OSEN DB](https://file.osen.co.kr/article/2020/06/17/202006170337776333_5ee911fc0a59b.jpg)
김범수는 “제가 잘했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라는 말로 진심을 전했고, 한용덕 전 감독은 “네가 뭐가 미안해? 많이 좋아졌으니 앞으로 계속 응원할게. 열심히 해라”는 따뜻한 말로 제자를 격려했다.
김범수는 “감독님께서 기회를 많이 주셨는데 죄송하다”며 연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015년 1차 지명으로 한화에 입단한 김범수는 2017년 1군에서 가능성을 보여줬고, 한용덕 감독이 부임한 2018년부터 1군 주력 투수로 도약했다.
특히 지난해 시즌 초에는 한용덕 감독의 방을 직접 찾아가 “선발을 하고 싶다”는 용기 있는 요청으로 기회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45경기에서 5승9패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5.68로 기대에는 못 미쳤다. 올해도 한용덕 감독 체제에서 시즌 초반 승부처에 기용됐지만 제구 난조로 2군에 다녀오기도 했다.
하지만 김범수는 1군 복귀 후 한화에서 누구보다 위력적인 공을 뿌리고 있다. 지난달 21일 1군 복귀 후 리그 최다 14경기에서 17⅔이닝을 던지며 1승1패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 중이다. 특히 지난 10~11일 사직 롯데전, 14일 대전 두산전 서스펜디드 경기(기록상 13일)까지 5일간 6⅔이닝을 던지며 140개의 공을 뿌리는 투혼을 발휘했다. 18연패에 빠진 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무리했다.
11일 롯데전에서 2⅓이닝 65구를 뿌린 뒤 불과 이틀을 쉬고 14일 두산전 서스펜디드 경기에서 3⅓이닝 57구 1실점 호투로 팀의 극적인 끝내기 역전승과 18연패 탈출 계기를 마련했다. 김범수는 “13일 경기가 우천 중단된 뒤 송진우 투수코치님께서 내게 등판 의사를 물어보셨다. 팀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등판할 수 있다고 해서 나가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범수는 “솔직히 (피로 누적으로)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팀 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든 던져야 했다. 팀이 연패를 끊어내는 순간에는 2018년 가을야구를 할 때보다 더 기뻤던 같다”며 웃은 뒤 “선발투수로 던지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지금처럼 중간에 2~3이닝씩 던지는 것처럼 팀에서 원하는 역할이라면 무엇이든 좋다”는 말로 백의종군을 다짐했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