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서 투수 교체나 마운드 방문은 대부분 투수 코치가 나간다. 메이저리그는 항상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가지만, KBO리그 감독들은 보통 덕아웃에서 잘 나오질 않는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19일 잠실 LG전에서 이례적으로 마운드에 2차례나 올랐다. 그것도 10점 넘게 앞서는 상황에서. 왜 그랬을까.
두산은 1회 LG 선발 차우찬을 공략해 5득점, 2회에는 차우찬과 김대유, 최동환을 상대로 8득점하며 13-1로 크게 앞서 나갔다.

두산 선발 이영하는 2회말 선두타자 오지환에게 안타, 정주현에게 몸에 맞는 볼을 던졌다. 무사 1,2루에 9번 손호영 타석. 이 때 김태형 감독이 직접 마운드로 올라가 이영하에게 뭔가를 이야기를 했다. 13-1로 앞선 상황이었다.
지난해 이영하는 17승을 거두고 국가대표 우완 선발로까지 성장했다. 그러나 올 시즌 1승 3패 평균자책점 5.22로 부진 중. 앞선 NC전에서는 7실점을 허용하기도 했다. 큰 점수 차, 2~3점을 줘도 될 여유있는 상황에서 이영하는 하위타순인 오지환, 정주현 상대로 풀카운트까지 가며 어려운 승부를 했다. 김 감독은 직접 이영하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내려갔다.
그럼에도 이영하는 매 이닝 실점을 했고, 4회 2사 1,3루에서 박용택에게 좌선상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스코어는 15-7. 김태형 감독은 투구 수 91개인 이영하를 강판시켰다. 이영하는 15득점 지원에도 승리 투수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김태형 감독은 이후에 또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 투수를 교체했다. 2번째 투수 최원준은 5회말 무사 만루 위기에 몰렸고 이천웅을 밀어내기 볼넷으로 실점했다. 스코어는 15-8. 김태형 감독은 덕아웃에 나와 주심에게 투수 교체를 알리며 새 공을 건네받아 마운드로 올라갔다. 다음 투수는 지난 7일 KIA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홍건희.
김 감독은 마운드에서 홍건희-정상호 배터리에게 지시를 한 다음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무사 만루 상황에서 부담이 될 홍건희를 다독여 줬을 것으로 보였다. 홍건희는 LG의 중심타선인 김현수-채은성-라모스를 각각 삼진-뜬공-뜬공으로 처리해 1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두산은 초반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하고서도 선발 이영하의 난조로 인해 난타전을 주고 받으며 18-10으로 승리했다.
한편 홍건희는 경기 후 김태형 감독을 같은 팀이 된 후 느낌에 대해 “밖에서 볼 때 감독님의 카리스마는 알고 있었다. 웃는 모습도 많으면서… 두산에 와서 직접 보니까 분위기를 잡을 때는 확실히 카리스마가 있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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