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이 투수 운용에 변화를 암시했다. 신중하면서 관리를 우선시 했던 야구에서 이제는 좀 더 과감하게 승부를 펼치려는 플랜을 계획하고 있다.
허문회 감독은 30경기, 60경기, 그리고 90경기 구간으로 나눠서 선수단을 파악하고 타순 운영, 투수 관리와 운용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일단 30경기가 지난 시점에서 득점 생산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위 타순에 핵심 선수들을 대거 배치했지만, 이후 하위 타선이 포함된 이닝에서 ‘자동 삭제’가 되는 상황이 빈번해지자 선수들은 분산 배치해 타순 변화를 줬다. 현재 안치홍과 마차도, 민병헌이 하위 타순에 주로 배치되는 것도 허문회 감독이 30경기가 지나고 선수단을 파악한 뒤 선택한 변화다.
그리고 이제 곧 60경기 구간을 앞두고 있다. 현재 롯데는 56경기 27승29패를 마크하고 있다. 이제는 시즌 중반으로 향하는 시점, 투수진 운용에도 변화를 줄 생각이다. 롯데의 불펜 운용은 그동안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이제는 승부수를 띄워야 할 때는 좀 더 과감하게 운용을 할 생각이다.

허문회 감독은 불펜진의 일주일 3경기 등판 원칙을 거의 지키고 있다. 또한 연투 횟수, 특정 투구수 이상, 불펜에서 몸을 푼 횟수, 등판시 상황 등을 고려한 가중 피로도에 따라 불펜 투수들의 휴식일을 확실하게 지정하고 있다. 불펜 투수들이 휴식을 취하고 경기를 준비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선수들도 허문회 감독의 이런 원칙으로 인해 컨디션 관리가 수월하다고 입을 모아 얘기를 하고 있다.
다만, 승부의 측면보다 관리의 측면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지면서 승리 기회를 놓치는 상황도 더러 있었다. 특히 마무리 김원중의 기용 상황에 대해서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원정경기 동점 상황이었을 때 마무리 투수 등판을 사실상 배제하는 허문회 감독의 신념이 밑바탕이었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투수 운용 부분에서 논란이 일었고 끝내기 패배 7차례는 남은 증거이기도 했다. 웬만하면 불펜진, 그리고 풀타임 마무리 첫 해에 나서는 김원중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허문회 감독은 현재 56경기를 치르며 60경기가 임박한 현재, 투수 운용 쪽에도 변화를 암시했다. 관리라는 큰 틀의 신념은 유지한다. 여기에 더해 이젠 좀 더 투수진 보직을 명확하게 하고 승부수가 필요한 순간에는 좀 더 과감한 투수 운용을 펼치겠다는 복안이다. 허문회 감독은 우천 취소된 11일 경기를 앞두고 “투수진이 과부하 없이 잘 왔다. 이젠 운용 계획에도 약간 변화가 생길 것이다. 우리도 이젠 어느 정도 성적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이기고 있을때, 동점일 때, 지고 있을 때, 또 1,2점 차 접전 상황일 때 나서게 될 투수들을 명확하게 구분하려고 한다. 현재 전천후로 나서는 투수들의 보직을 명확하게 할 것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정 경기일 때 될 수 있으면 마무리 투수를 쓰지 않으려고 하겠지만, 만약 과부하가 없을 때 승부수를 띄워야 할 때는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좀 더 유동적으로 운영을 해보려고 한다. 이제는 그런 계획이 필요한 것 같다”면서 “투수 코치와 수석 코치, 윤윤덕 런프리벤션 코치와 함께 얘기를 나눴다”고 덧붙였다.
현재 박진형, 구승민 그리고 마무리 김원중은 철저하게 관리를 하면서 시즌을 꾸려왔다. 그러나 이제는 필승조들도 활용해야 하는 순간 좀 더 과감하게 투입할 것이라는 의미. 앞서 언급했던 원정경기에서의 마무리 투수 활용방안도 이제는 유연하게 대처하겠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더해 진명호, 이인복, 박시영 등 때로는 필승조가 투입될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던 투수들도 이제는 점수차가 벌어진 상황에서 투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과부하 방지라는 투수진 운용 철학과 승부수라는 딜레마에서 승부수 쪽으로 무게추가 쏠릴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허문회 감독의 선언이다.
여름에 승부수를 걸기 위한, 60경기 플랜을 다시 고민한 허문회 감독이다. 과연 이러한 변화가 8위와 5할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롯데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 수 있을까. 향후 허문회 감독의 경기 운용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