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영에게 쏠렸던 LG 불펜의 무게중심이 한결 덜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마무리 고우석은 복귀 이후 그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고우석은 복귀 이후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여전히 필승조 찾기는 험난하다.
LG는 지난 주말 천군만마를 얻었다. 개막 직전 사구로 인해 손등 중수골 골절상을 입었던 외야수 이형종, 그리고 지난해 마무리 투수였지만 올해 무릎 수술로 조기 이탈한 고우석이 합류를 한 것. 특히 파이어볼러로 뒷문을 책임져줄 수 있는 고우석의 합류에 LG는 반색할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LG의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5.51로 리그 전체 6위에 해당한다. 중위권 수준이다. 다만, 현재 LG는 사실상 정우영이 홀로 팀의 필승조 라인을 책임지고 있다. 고우석이 무릎수술을 받은 뒤, 송은범, 김대현, 이상규 등이 필승조 자리를 맡겼지만 모두 미완에 그쳤다. 그 사이 정우영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졌다.

올 시즌 26경기 1승1패 4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3.16을 기록 중인 정우영이다. 등판 경기 수의 절반이 1이닝 이상의 멀티 이닝 경기였다. 정우영을 보좌할만한 투수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기에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했다.
류중일 감독은 고우석의 복귀가 확정된 뒤, “1~2경기 편한 상황에서 던지고 마무리로 가야하지 않겠나 싶다. 정우영이 왼손 타자에게 버거운 느낌이 있다. 고우석을 뒤에 운영하는 것이 낫다”고 말하며 1군 감각을 익힌 뒤 고우석을 마무리로 원상복귀 시킬 계획임을 밝혔다.
복귀 첫 등판 상황에서 결과는 괜찮았다. 11일 잠실 NC전 6-3으로 앞선 7회초 2사 1루에서 등판했다. 첫 타자 박석민에게 좌전 안타를 맞아 2사 1,2루 위기를 이어갔지만 양의지를 상대로 초구 패스트볼을 던져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⅓이닝 무실점, 최고 구속 151km까지 찍었다.
다만, 류중일 감독은 아직 완전하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고, 이후 고우석을 무리 없이 관리해 등판 간격을 조절해 줄 복안을 만들었다. 고우석이 이 기간 본궤도를 찾으면 자연스럽게 셋업맨 정우영-마무리 고우석의 필승조 라인으로 재편성 되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계획은 다시 미뤄질 듯 하다. 14일과 16일 사직 롯데전 등판 결과가 좋지 않았다. 수비 실책 등 운이 따르지 않는 상황이 있었지만 어쨌든 고우석은 아직 완전하지 않았다.
지난 14일 경기에 0-2로 뒤진 8회말 올라와 복귀 후 두 번째 등판을 가졌다. 접전이었고 실점을 억제한 뒤 마지막 기회를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고우석은 흔들렸다. 선두타자 정훈에게 볼넷, 이대호에게 2루타를 얻어맞아 무사 2,3루 위기를 자초했다. 한동희를 3루수 땅볼로 유도했지만 이때 3루수 송구 실책이 나오며 실점했다. 이후 이닝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0이닝 3피안타 2볼넷 3실점(2자책점)을 기록한 채 강판됐다. 경기도 0-5로 스코어가 벌어지며 패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역시 151km였지만 제구가 온전하지 않았다.
16일 경기 역시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등판했다. 10-12로 뒤진 8회말 다시 마운드에 올라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고우석은 난조를 보였다. 1사 후 안타 2개, 그리고 유격수 오지환의 실책까지 묶어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뒤 이틀 전 2루타를 맞았던 이대호에게 다시 한 번 싹쓸이 3타점 2루타를 얻어맞았다. 기록은 1이닝 3피안타 3실점(2자책점). 이날 역시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1km까지 찍혔다.
복귀 후 첫 경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실점했고 3경기 평균자책점은 27.07이 됐다. 여전히 패스트볼 구속은 151km까지 나온다. 구속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구위와 회전력. 구속은 복귀 이전과 큰 차이가 없지만 결국 공에 힘이 완전히 전달이 되지 않기 때문에 타구가 외야로 정타로 뻗어나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고우석만의 묵직한 돌직구의 이점이 사라진 셈이다. 아직 완전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단적으로 증명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결국 불완전한 고우석으로 인해 LG의 필승조 재편은 시간이 필요한 듯 하다. 무엇보다 이번 주중 롯데와의 원정 3연전을 1승2패, 루징시리즈를 당했다. 5위 사수도 조금씩 힘겨워지는 상황. 빠른 시일 내에 필승조 재편 계획이 마련되지 않으면 LG로서도 더 조급해질 수 밖에 없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