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동갑내기’ 0번과 00번이 만든 짜릿한 역전드라마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0.07.18 08: 04

 채태인(38)은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에서 SK의 지명을 받았다. 롯데에서 SK로 이적한 채태인은 줄곧 달던 17번을 달지 않고 ‘00번’을 선택했다. 
당시 SK에는 노수광(30)이 17번을 달고 있었다. 채태인이 한참 선배라 배번 양보를 부탁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수광이도 자기 번호에 대한 애착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제 대타 등 백업이다. 주전으로 뛸 후배의 번호를 뺏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이한 ‘00번’을 선택한 이유로 “동기인 김강민이 0번을 달고 있어서 강민이와 붙어 다니려고 00번을 선택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17일 키움과의 경기에서 승리한 뒤 SK 김강민(왼쪽)과 채태인이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rumi@osen.co.kr

‘0번’과 ‘00번’의 만 38세 베테랑 듀오가 극적인 역전 드라마에 앞장섰다. 김강민(38)과 채태인(38)은 1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SK는 키움과 난타전을 벌였고, 경기 중반 차곡차곡 추격에 나섰다. 7-9로 뒤진 6회 최지훈이 솔로 홈런으로 한 점차로 따라붙었고, 8회 대타 한동민이 솔로 홈런으로 드디어 9-9 동점을 만들었다. 
기세를 탄 SK는 8회 2사 후 최준우의 볼넷, 최정의 안타, 로맥의 볼넷으로 만루를 만들었다. 이 때 SK 벤치는 채태인을 대타로 내세웠다. 키움은 동점으로 막아내기 위해 마무리 조상우를 올렸다. 
채태인은 조상우의 초구 150km 직구에 배트를 휘둘렀고, 2루수 키를 넘어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역전 안타를 때렸다. 10-9로 역전. 이어 타석에 들어선 이는 김강민. 김강민도 조상우 상대로 2타점 좌전 안타를 때려 12-9를 만들었다. 최강 마무리 조상우에게 원투 펀치를 날린 것. SK가 12-9로 승리하면서 채태인이 결승타, 김강민은 쐐기 타점이 됐다. 
앞서 김강민은 8-9로 뒤진 8회초 수비에서 흐름이 키움으로 완전히 넘어갈 뻔한 위기를 막아냈다. 1사 1루에서 대타 허정협이 친 타구는 한가운데 펜스를 넘어가는 홈런성 타구였다. 김강민은 타구를 따라가며 점프 타이밍을 정확히 판단했고, 펜스 위로 손을 뻗어 홈런 타구를 잡아냈다. 8회말 SK의 대역전극으로 이 수비는 더욱 빛났다. 김강민은 '슈퍼 캐치'와 함께 3타수 2안타 1볼넷 3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김강민은 경기 후 "펜스 앞에서 점프했는데, 타이밍이 좋아서 홈런 타구를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8회말 2사 만루) 마음 편하게 임했다. 태인이 덕분에 역전됐고, 주가 득점이 안 나와도 1점만 지키면 이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채태인이 수훈선수”라고 친구를 칭찬했다. /orang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