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홍건희가 다른 유니폼을 입고 정든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홍건희는 1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 구원투수로 등판해 1⅓이닝을 1피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팀의 6-0 승리를 이끌었다. 트레이드 이후 처음으로 친정 상대로 마운드에 올라 무난한 투구를 했다.
홍건희는 입단할 때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기대주였지만, 10년 동안 꽃을 피우지 못했다. 지난 6월 7일 내야수 류지혁과 맞트레이드로 두산으로 이적했다. 불펜투수로 뛰며 12경기에서 ERA 3.12로 제몫을 해주고 있다. 당연히 KIA와의 주말 3연전에서 등판을 예고했다.

7회말 2사후 채지선이 김규성을 볼넷으로 내보내자 구원에 나섰다. 스코어 6-0의 넉넉한 상황에서 맞이한 첫 타자는 1번 이창진. 초구는 145km짜리 직구, 2구는 147km짜리 직구를 던져 모두 헛스윙을 유도했다. 그러자 3구는 몸쪽으로 낮은 148km짜리 직구를 찔러넣었다.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3구 삼진이었다. 박세혁의 허를 찌르는 볼배합이었다.
8회는 첫 타자 터커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았다. 최형우는 볼카운트 2-2에서 바깥쪽 높은 직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유민상에게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맞았고, 김민식은 볼넷을 내보내 흔들렸다. 그러나 마지막 타자 오선우를 선채로 삼진으로 잡고 등판을 마쳤다.
KIA 구단은 지난 17일 주말 시리즈 첫 날 경기 전 환송회를 정식으로 마련했다. 타이거즈 유니폼이 찍힌 액자도 주고, 꽃다발도 주고, 옛 동료들과 손을 마주치며 석별의 정을 나누었다. 10년 동안 활약했던 홍건희에 대한 예우였다. 맷 윌리엄스 감독도 "메이저리그에서는 드문 일인데 좋아보였다"고 말했다.
홍건희는 다음 날 진지한 얼굴로 친정을 상대로 마운드에 올라 쾌투를 펼쳤다. 친정 마운드에서 지고 싶지 않았다. 두산의 필승조로 돌아온 모습을 과시하고 싶었다. 초구부터 1구1구 최선을 다하는 투구였다. 진정한 친정 인사였다. 진정한 석별의 쾌투였다.
경기후 홍건희는 "좀 더 잘하는 모습 보이려 한다면, 힘이 들어갈 것 같아 냉정함 유지 하려 했다. 하지만 어쩔수 없이 중간중간 힘이 들어갔다. 최대한 침착하게 평정심을 찾고 던진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첫 친정 마운드에 오르는 마음은 복잡했던 모양이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