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내보냈다. 이기려고 하다보니 수비로도 많이 썼다. 그래서 미안하기도 하다."
허문회 롯데 감독은 지난 19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베테랑 이대호를 향해 거듭해서 미안한 감정을 전했다. 만 38세의 야수 최고참이지만 이대호는 여전히 팀 내에서 최고의 생산력을 선보이고 있다.
타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허문회 감독의 구상에 이대호는 팀의 첫 번째 1루수다. 정훈, 한동희 등 1루가 가능한 자원이 있지만 이대호의 수비력도 아직 녹슬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대호는 올해 62경기 중 1루수로 32경기를 선발 출장했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0/07/20/202007200141776453_5f1479a78f22d.jpg)
허문회 감독은 이대호가 향후 몇 년 간은 정상급 기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이대호를 지켜본 허문회 감독은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이 있는데, 이대호가 타격과 수비 훈련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아직 몇 년 더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고 전하며 이대호의 기량에 대한 믿음을 전했다.
하지만 나이를 속일 수는 없었다. 거의 마흔에 다되어가는 베테랑인데 수비까지 소화하니 예전만큼 몸이 따라주지는 않는다. ‘금강불괴’의 이대호지만 지난 17일 경기에서 목 담 증세가 왔다. 일단 선발 출장을 했지만 두 타석만 소화하고 경기에서 빠졌다. 그리고 18일에는 결국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허문회 감독은 “이기려고 하다보니까 너무 수비로도 많이 내보낸 것 같다. 그동안 너무 많이 써서 미안하기도 하다”면서 승부에 대한 감독의 욕심이었음을 반성하면서 이대호를 향해 미안한 감정을 전달하기도 했다.
감독은 미안함을 전했다. 하지만 선수는 담 증세에도 출장을 원했다. 허 감독은 “대호가 안 좋은데도 본인이 나간다고 자원을 했다”고 귀띔했다. 전날(18일) 경기 역시 이대호는 출장을 자청했지만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시켰다. 19일 경기를 앞두고도 마찬가지. 허문회 감독은 라인업 카드에 이대호를 4번 지명타자로 적어두고도 몸 상태와 출장을 확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대호는 출장을 거듭 원하면서 선발 출장했다.
허문회 감독은 거듭해서 미안함을 이대호에게 전했다. 그러자 이대호는 감독의 미안함에 응답을 했다. 19일 삼성전 1회말 2사 후 정훈이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가 기회가 이대호 앞에 이어졌다. 그리고 이대호는 삼성의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의 초구 148km 패스트볼을 망설이지 않고 통타해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투런 아치를 만들어냈다. 허문회 감독을 향해 더 이상 미안할 필요가 없다는 대답을 홈런 한 방으로 대신한 것.
이대호의 선발 라인업 포함 여부는 팀의 승리, 그리고 상대의 압박감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그렇기에 허문회 감독은 이대호를 빼는 결단을 쉽사리 내리지 못했다. 그러자 이대호는 베테랑의 투혼을 선보였다. 투혼의 응답으로 롯데를 스윕패 위기에서 구해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