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에 민폐를 많이 끼쳤다. 팀을 위해 내려놓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생각을 많이 했다.”
KIA의 심장이자 자존심, ‘대투수’ 양현종(32)의 솔직한 고백이다. 22일 대전 한화전에서 5이닝 3피안타 3볼넷 8탈삼진 1실점 역투로 43일, 7경기 만에 승리투수가 된 양현종은 웃지 않았다. 앞서 5경기 연속 부진으로 인한 마음고생이 표정과 말투에 읽혔다.

양현종은 지난달 21일 광주 삼성전부터 16일 대구 삼성전까지 5경기에서 승리 없이 3패만 안으며 평균자책점 10.96으로 난타 당했다. 시즌 평균자책점도 그답지 않게 6점대. 규정이닝 투수 중 꼴찌로 처졌고, 외부에선 “휴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앞서 6년 연속 170이닝 이상 던진 후유증이란 지적이었다.
하지만 몸이 전혀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직구 평균 구속은 지난해보다 1km 상승했다. 그런데 부진이 반복되고, 외부의 휴식 의견이 계속 나오다 보니 제 아무리 양현종이라도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그는 팀의 주장을 맡고 있다. 팀이 기대 이상으로 잘 나가고 있지만 그럴수록 책임감도 커졌다.
양현종은 “팀에 민폐를 많이 끼쳤다. 팀을 위해 내려놓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생각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쉴 수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러면 생각이 더 많아질 것 같았. 윌리엄스 감독님에게 양해를 구해 ‘경기에 나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도 흔쾌히 허락해주셔 감사하다”고 말했다.

휴식 대신 정상 로테이션을 허락한 윌리엄스 감독은 “양현종의 몸 상태는 전혀 문제가 없다. 오랜 시간 꾸준하게,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준 선수다. 지금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우리는 100% 양현종을 믿는다. 어려움을 딛고 본인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다”고 믿으며 힘을 실어줬다.
양현종은 “아픈 데가 없기 때문에 감독님께 더 강하게 말했다. 내려놓는 것보다 경기에 꾸준히 나가 조금씩 감각을 찾는 게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며 “힘든 와중에도 서재응 코치님이 항상 좋은 얘기를 해주시며 여러 가지 포인트를 잡아주셨다. 선수들도 ‘아프지 않으면 다행’이라며 응원해줘서 힘을 낼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이날 한화전에서 승리투수가 되며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사실 이날도 좋을 때 양현종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그답지 않게 한 이닝에만 볼넷 3개로 밀어내기 점수를 줬다. 그래도 승리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고, 승패를 떠나 양현종 스스로 원하는 볼을 어느 정도 찾았다.

“그동안 내 볼을 찾지 못한 게 문제였다. 포수들과 얘기해보니 좋을 때 볼이었으면 파울이나 헛스윙이 될 공이 인플레이 타구가 된다고 하더라. 내 볼을 찾기 위해 집중했고, 오늘은 마운드에서 리듬감이나 로테이션이 잘 맞아떨어졌다”는 양현종은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다음 경기에도 이 감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