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는 맞으면서 큰다는 말이 있다. 10실점 난타 이후 각성한 한화 신인 사이드암 강재민(23)을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17승50패 승률 2할5푼4리로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한화,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꽃이 강재민이다. 용마고-단국대 출신을 거쳐 올해 2차 4라운드 전체 38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강재민은 12경기에서 홀드 2개를 거두며 무자책점 행진 중이다.
12⅔이닝을 던지며 6피안타 7볼넷을 허용했을 뿐 삼진 19개를 잡아냈다. 실점은 2점이 있지만 모두 실책에 따른 비자책점. 올해 10이닝 이상 던진 149명의 투수 중 유일하게 비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이르긴 하지만 ‘미스터 제로’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올해 퓨처스 팀 감독으로 강재민을 처음 본 최원호 한화 감독대행은 “2군 캠프에서 처음에는 트레이닝을 위해 선발 수업을 시켰다. 선발로 나섰을 때 시원하게 얻어맞은 적이 한 번 있었다. 그날 안타만 열 몇 개를 맞으며 10실점 이상 줬다”며 “박살나긴 했지만 무사사구였다. 선수들에게 ‘강재민처럼 맞더라도 시원하게 맞으라’고 했다. 도망가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만큼 자기 공에 대한 믿음도 있고, 제구도 된다”고 칭찬했다.
퓨처스 팀에서 마무리를 맡아 13경기에서 2세이브 평균자책점 2.77로 성장세를 이어간 강재민은 1군 무대에서도 데뷔전 첫 타석에 이대호(롯데)를 삼진 처리하며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사이드암 투수이지만 좌타자(.143) 우타자(.133) 피안타율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좌우 타자 유형 가리지 않아 벤치에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유형이다.

지난 22일 대전 KIA전에도 강재민은 6회초 무사 1,2루 위기 상황에 등판, 실점 없이 이닝을 끝냈다. 특히 2사 만루에서 좌타자 오선우를 3~4구 연속 커브로 삼진을 잡아낸 장면이 하이라이트. 오선우는 몸쪽 커브에 3구째 헛스윙, 4구째 루킹 삼진을 당했다.
최원호 대행은 “주무기 커브볼 RPM이 2900 이상 나올 정도로 회전율이 좋다. 직구 스피드는 140km대 초반인데 좌타자들이 강재민의 꺾여가는 커브볼을 잘 못 친다. 마운드에 올라가자마자 빨리 컨디션이 올라오는 스타일이라 구원으로 좋다”고 평했다.
단국대 시절 ‘강심장’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위기에 강했던 강재민은 승계주자 14명을 넘겨받았지만 1명도 홈으로 보내지 않았다. 득점권에서 16타수 1안타, 피안타율 6푼3리에 불과하다. 최 대행은 “공이 좋아도 경기에 들어가면 긴장해서 실력 발휘가 안 되는 투수들이 있는데 강재민은 그런 부분에서 강점이 있다. (경기 상황이) 어려울 때 계속 올리고 있어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잘 막아주고 있어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강재민은 “마운드에서 불리한 상황이 될수록 공격적인 피칭을 한다. 항상 마운드 위에서 자신감 있고, 공격적인 선수로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다. (연속 무자책점 기록) 의식하지 않고 내 자리에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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