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이 없더라고요.”
임찬규는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10차전에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와 5⅔이닝 4피안타 3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예정보다 빠르게, 또 급하게 이뤄진 등판이었다. 임찬규는 지난 23일 수원 KT 위즈전에 선발로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비로 인해 취소가 됐고, 주말 두산전 불펜 대기 후 선발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날 선발로 나선 차우찬이 1회말 마운드에 오르기 직전 어깨에 통증을 호소했다. 규정 상 한 타자를 상대해야 하는 만큼, 일단 마운드에 올랐고 그사이 임찬규가 몸을 풀기 시작했다.
차우찬이 선두타자 박건우를 뜬공으로 막은 뒤 임찬규가 뒤를 이었다. 갑작스러운 등판이었지만, 임찬규는 6회까지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묶었다. 그 사이 타선도 힘을 냈고, 8-1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임찬규의 최고 구속은 141km. 그러나 대부분의 직구는 130km 중・후반에 형성이 됐다. 평소보다 직구 구속이 많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경기를 마친 뒤 임찬규는 “평소 불펜으로 나서게 되면 15개 정도를 던지는데 오늘은 20개 넘게 던졌다. 그런데도 몸이 풀리지 않은 기분이었다”라며 “직구가 역대급으로 잘 안 나갔다”고 토로했다.
평소 차명석 LG 단장도 진땀을 빼게 하는 유쾌한 입담을 자랑하는 임찬규였지만, 유독 스피드가 나오지 않은 직구에 후배에게 당혹스러운 질문을 받기도 했다.
임찬규는 “오늘 구속이 안 나오는 것을 보고 이민호가 ‘살살 던졌냐’고 질문을 하더라. 아마 제구에 신경쓴다는 이야기에 그런 질문을 한 것 같다"라며 "할 말이 없더라. 이민호는 150km를 던지지 않나”고 웃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9년 학교 선배인데…”라며 이민호의 당돌한 질문에 진땀을 뺀 사연을 이야기했다.
반면 체인지업이 날카롭게 들어가면서 임찬규가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동력을 제공했다. 임찬규는 “직구 구속이 나오지 않으면 체인지업이 잘 들어가고, 직구 구속이 나오면 체인지업이 밋밋할 때가 많았다”라며 “오늘은 모든 리드를 포수 (유)강남이에게 맡겼다. 오히려 내가 무엇을 던져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 던질 때보다 사인에 맞춰서 던지는 것이 더 잘 들어갈 때가 있다. 오늘은 강남이가 90% 이상 배합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승리로 2011년 9월 8일 이후 3242일 만에 두산을 상대로 승리투수가 됐다. 임찬규는 “두산을 상대로 오랫동안 못 이긴 것을 알고 있었다. 조금은 감격스럽게도 하다. 다만 특정팀에 계속해서 이기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반성도 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평균자책점은 4.06에서 3.73로 내렸다. 임찬규는 "평균자책점 보다는 이닝에 많은 신경을 쓴다. 예전에도 3점대에 있다가 몇 번 많은 실점을 하면서 치솟기도 했다. 그래도 3점대로 들어온 만큼,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