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자리, 내가 상상을 못했던 그 이상이다”.
SK 박경완(48) 감독대행은 KBO리그 역사에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당대 최고 포수였다. 지난 1991년 쌍방울에 입단한 뒤 현대와 SK를 거치며 2013년까지 무려 23시즌 통산 2044경기를 출장해 타율 2할4푼9리 180안타 314홈런 995타점을 기록했다. 2000년에는 포수 최초 40홈런을 달성하며 4연타석 홈런 진기록도 세웠다.
2000년 시즌 MVP, 홈런왕 2회, 골든글러브 4회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현대와 SK에서 총 5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화끈한 장타력 못지않게 상대 타자들의 스윙과 타석 위치까지 감안한 볼 배합과 투수 리드 능력에서 최고로 인정받았다. SK 왕조를 이끌던 김성근 감독이 “팀 전력의 절반”이라는 표현을 쓸 정도였다.

현역 시절 만성 불면증에 시달릴 만큼 경기 준비에 몰입했고, 경기 중 발생하는 순간 대처 능력도 뛰어났던 박경완 대행에겐 ‘미래의 감독감’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선수 은퇴 후 2군 감독부터 육성촐광, 배터리코치를 거쳐 지난해부터 수석코치로 염경엽 감독을 보좌했다.
지난달 25일 문학 두산전 더블헤더 1차전 경기 중 염경엽 감독이 쓰러지면서 SK는 수석코치였던 박경완 감독대행 체제로 전환했다. 박 대행 체제에서 SK는 12승13패, 5할 승률에 근접한 성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염 감독이 자리를 비운 한 달 동안 팀을 이끈 박 대행도 사령탑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다. 공수에서 선수 교체, 작전 지시 등 순간적으로 내려야 할 결정이 선수 시절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어려움이다.

박 대행은 “옆에서 보는 것과 달리 직접 해본 감독 자리는 내가 상상을 못했던 그 이상이다. (수석코치로서) 나름대로 감독님께서 생각하는 모든 부분을 생각하면서 한다고 했는데 막상 이 자리에 와보니 그렇지 않다. 생각만 갖고 잘 할 수 없는 자리다. 준비도 잘해야 하지만 (경기 중) 판단을 내리는 위치다. 결정을 하는 게 진짜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감독대행으로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처음 보름 정도는 스스로 주저하는 모습이 많았던 것 같다. (결정을 하는 데 있어) 안 하고 후회하는 것보다 하고 나서 후회하자는 생각이 들더라”며 “이기고 있을 때와 지고 있을 때 상황에 따라 나눠서 운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코치들의 보좌가 중요하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박 대행은 “(염경엽) 감독님이 그런 부분에서 더 힘들지 않으셨나 싶다. 수석코치부터 각 담당 코치들이 더 많이 움직여줘야 한다. 감독님께서도 사람이다 보니 놓치는 게 분명 있다. 그런 부분에서 코치들이 더 적극적으로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돌아봤다.
![[사진] SK 박경완 수석코치(왼쪽)와 염경엽 감독 /OSEN DB](https://file.osen.co.kr/article/2020/07/26/202007262221773289_5f1d9da355f50.jpg)
이달 초 ‘2개월 심신 안정 기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건강 회복에 전념 중인 염 감독은 구체적인 복귀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 박 대행은 “감독님이 돌아오시는 날까지 우리가 예전의 SK 모습으로, 선수들과 스태프 전체 구성원이 노력해서 내년과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