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포항 스틸러스와 광주FC의 15라운드 경기는 1-1로 마쳤다. 비 속에서 치러진 두 팀의 경기였지만 마지막까지 불꽃을 튀길 정도로 치열하게 전개돼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을 끝까지 환호하게 만들었다.
후반 16분 펠리페의 페널티킥으로 광주가 앞섰지만 후반 44분 포항 고영준이 극적인 동점골을 기록했다. 나란히 승점 1씩을 나눠 가진 두 팀이었다. 하지만 분위기는 상반됐다. 막판 극적인 분위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이날 경기 속에는 여러 의미가 포함돼 있었다.
포항은 질뻔한 경기를 비겼다. 패색이 짙었으나 후반 38분 오닐과 교체돼 투입된 고영준이 6분만에 골을 터뜨린 것이다. 졌어도 5위 자리는 유지했겠지만 이기면서 승점 25가 돼 3위로 훌쩍 뛰어올랐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0/08/08/202008082106774614_5f2ea943a00f8.jpg)
고영준이 빛났다. 포철초, 포철중, 포철고를 졸업한 고영준은 우선 지명으로 프로에 직행한 2001년생 고졸 신인이었다. 일류첸코가 머리로 떨궈준 공을 차분하게 마무리한 이날 득점은 그의 데뷔골이기도 했다.
포항은 최근 부상과 퇴장자가 늘어 나면서 운신의 폭이 좁을 수 있었다. 더구나 이날 이광혁이 전반 17분 만에 발목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어 고영준의 골은 더욱 의미가 있었다. '포항 성골' 면모까지 더해진 고영준의 골은 김기동 감독의 용병술까지 빛나게 만들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0/08/08/202008082106774614_5f2ea943d267a.jpg)
고영준의 골은 2011년부터 이어져 온 먹이사슬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포항은 광주를 상대로 단 한 번도 진적이 없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6경기 동안 11승 5무로 확실한 우위에 있었다. 결국 이 포항 유스 출신의 골은 포항이 광주에 지지 않는다는 것을 또 다시 증명해 보인 셈이 됐다.
같은 이유로 광주는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광주는 마지막까지 펠리페의 선제골을 잘 지켜내고 있었다. 17경기 만에 포항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일방적 천적 관계를 청산할 계기를 마련하는 듯 했다.
더구나 승리했다면 9위에서 6위까지 순식간에 올라설 수 있었다. 하지만 동점골을 내주면서 승점 15가 됐지만 그대로 9위에 머물러야 했다. 승격팀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박진섭 감독이 이끄는 승격팀 광주는 결국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장대비가 쏟아진 경기 결과는 똑같았지만 포항은 웃었고 광주는 아쉬움이 그득해 보였던 이유였다. /letmeou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