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표정이 밝은 선수입니다."
장충고-단국대를 졸업한 양찬열(23・두산)은 2020년 2차 신인드래프트 8라운드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대졸 선수답게 공・수・주가 안정적으로 갖춰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 시즌 1군에서도 모습을 보인 그는 데뷔전에서 안타를 때려내며 강렬한 인상을 팬들에게 심어줬다.
한 차례 1군 무대를 밟아봤기 때문일까. 양찬열은 누구보다 목표 의식을 갖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는 칭찬을 받았다. 박철우 두산 퓨처스 감독은 "긍정적으로 훈련을 하면서 야구도 많이 늘었다. 훈련이나 경기 때 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치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양찬열은 프로 1년 차를 보내고 있는 지금을 "내 길을 찾고 있는 시간"이라고 봤다. 하나씩 묵묵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자신의 색깔을 찾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보였다.
# 축구선수를 꿈꾸던 소년. <메이저>가 바꾼 인생
"원래 축구 선수가 꿈이었다"고 운을 뗀 양찬열. 그의 인생을 바꾼 것은 만화였다. 양찬열이 본 만화는 <메이저>. 주인공이 성장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야구 성장 만화다.
야구 만화 속 주인공을 동경한 양찬열은 곧바로 리틀야구에 등록했다. 첫 만남은 취미반. 성에 차지 않았다. 곧바로 부모님께 "선수반에 등록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조건이 생겼다. 공부도 잘해야 하니 기말고사 평균 90점 이상을 넘어야 한다고. 결과는? 양찬열은 5학년 때부터 선수반에 등록됐다.
지금 우투좌타 외야수로 뛰고 있는 양찬열의 시작은 우타자에 내야수였다. 유격수에서 시작을 했다. 그러다 6학년 때 '좌타자는 어떨까'라는 생각에 무심결에 들어선 좌타석. 생각보다 잘 맞았고 그렇게 좌타자가 됐다. 중학교 때에도 양찬열은 유격수와 2루수, 그리고 투수까지 종종 하면서 차근차근 내실을 다져나갔다.
시련은 고등학교 때 찾아왔다. 고등학교 3학년 당시 장충고는 봉황대기 준우승을 했다. 성과와 아쉬움이 공존 시간. 주장이었던 양찬열은 웃지 못했다. "22타수 동안 안타를 1개 정도 친 거 같다"고 당시의 떠올렸다. 프로 지명을 꿈꿨던 그는 대학교에서 다시 한 번 꿈을 이루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

#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
어쩌면 억지로 맞이한 순간. 그러나 대학 진학은 양찬열의 야구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했다
투수와 내야수를 보던 그는 대학 첫 해 8월 팀 사정으로 좌익수로 이동을 하게 됐다. 낯설었던 포지션이었지만, 양찬열은 곧 적응했다.
프로에서 함께할 친구들도 만났다. 천성호(KT), 강재민(한화)은 함께 올해 프로 지명을 받은 뒤 1군 데뷔까지 모두 마쳤다. 이들은 1군 콜업 당시 서로에게 축하메시지를 보내며 "함께 잘하자"고 의기투합도 했다.
그라운드에서는 냉정한 승부를 다짐했다. 양찬열은 "일단 (강)재민이의 공을 쳐보고 싶다. 항상 등 뒤에 있어서 수비를 했는데 이제는 만나면 앞에서 공을 직접 보고 안타를 치고 싶다. 또 (천)성호와는 기록 경쟁에서 꼭 앞서고 싶다"고 다짐했다.
야구적으로 한 단계 성장을 이루고, 친구도 만든 대학 시절에 양찬열은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라고 회상했다.
행복했던 대학 시절을 뒤로 하고 양찬열은 꿈을 위한 첫 걸음을 내디뎠다. 2020년 2차 신인드래프트 8라운드(전체 79순위)에서 두산이 “장충고-단국대 양찬열”의 이름이 불렀다. "지명장에 갔는데 조마조마했다. '장충고-단국대'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됐다',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었다.밖에서 본 두산은 어땠을까. 양찬열은 "워낙 잘하는 팀이라 가서 많이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들었다. 또 집도 서울이라 서울팀으로 와서 좋았다"라며 "(유)희관, (이)용찬 선배님은 1군에 올라가니까 장충고 출신이라고 많이 반겨주시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사진] 단국대학교 재학 시절 양찬열 / 양찬열 제공](https://file.osen.co.kr/article/2020/08/09/202008091938777424_5f3033de745e1.jpeg)
# 데뷔전 깜짝 선발, 완벽했던 화답
프로 첫 해 양찬열은 대만 2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됐다. 이번 퓨처스 스프링캠프는 다른 때 보다 성장의 장이 확실하게 마련됐다. 허경민이 비시즌 훈련 중 코뼈 부상을 당했고, 퓨처스 스프링캠프에서 준비를 하게 됐다. 실력과 인성 겸비한 허경민의 합류는 2군 선수들에게 보는 것만으로도 배울 것이 많았다. 양찬열은 "(허)경민 선배님께서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웠다. 높은 위치에 있는 선수인데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모습이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밝혔다.
'열심히'에서는 양찬열도 뒤지지 않았다. 스프링캠프는 물론 시즌에 들어가서도 양찬열은 꾸준하게 훈련을 소화하며 코칭스태프를 미소 짓게 했다. 박철우 퓨처스 감독은 “긍정적으로 훈련을 하고 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고,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목표한 바를 가지고 훈련을 하고 있다"라며 "하고자 하는 의욕이 많다. 보완할 점이 있지만, 확실히 좋아진 것이 눈에 띄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양찬열 스스로도 "꾸준하게 열심히 하는 것만큼은 자신있다"고 눈을 빛냈다.
청백전과 구단 간 연습경기에서 1군 선수들과 함께 훈련한 그는 6월 4일까지 퓨처스리그에서 4할4푼1리로 맹타를 휘둘렀다. 마침내 1군에서 연락이 왔다.
정수빈이 타구에 맞는 부상을 당하면서 공백을 채울 선수가 필요했다.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던 양찬열이 눈에 들어왔고, 6월 5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양찬열은 "첫 콜업되는 날 이천에서 아침 훈련을 하고 오전 운동을 했는데 1군에 가라고 하셨다. 타격 페이스가 좋아서 언젠가는 올라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올라간다니 얼떨떨했다"고 당시의 기분을 떠올렸다.
1군 콜업도 기뻤지만, 더 큰 임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양찬열은 1군 등록과 동시에 9번-우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선발로 출장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선발 라인업에 이름이 있었다. 1군에 와서 인사하고 전력분석에 들어가니 그 때부터 조금씩 안정을 찾은 것 같다. 또 1회에 타구가 왔는데 송구를 한 번 제대로 하고 나니까 긴장도 조금은 풀렸다"고 웃었다.
긴장을 누른 그는 4-1로 앞선 7회말 2사 2루에서 적시타를 날리면서 첫 안타와 타점을 동시에 신고했다. 다음날에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멀티히트로 화답했다. 양찬열은 "타석에서는 긴장은 안 하고 해왔던 것을 자신있게 하자는 생각이었다. 마지막 세 번째 타석에서 안타가 나왔다. 세혁 선배님이 앞에서 안타를 쳐주시면서 좀 더 자신감을 얻었고, 특히 2스트라이크가 되니 오히려 자신감이 생겼다"고 떠올렸다.

# 무너지지 않고 묵묵히 걸어갈 길
양찬열은 6월 16일 다시 2군에서 재정비에 들어갔다. 퓨처스리그 41경기에서 타율 3할1푼9리 22타점의 성적을 냈다. 양찬열은 "최근 퓨처스에서 페이스가 많이 떨어져 아쉽다"라며 "그래도 수비도 좋아졌고, 특히 주루플레이에서도 많이 배우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양찬열은 스스로를 ‘말’에 비유했다. 그는 "한 번 일을 하다보면 저돌적으로 하는 편이다. 주변에서 형들이나 선배들이 주위를 둘러보라고 이야기하더라"고 설명했다.
롤모델은 박건우를 꼽았다. "야구에 있어서 어깨도 좋고 수비도 좋다. 또 안정감이 남다르다. 수비에서 안정감이 있다는 말은 가장 좋은 말인 것 같다. 타격도 우타자지만 정말 배우고 싶다. 또 성격도 밝으셔서 그런 부분도 닮고 싶다"는 것이 이유다.
양찬열은 "기술적, 멘털적 모두 실수를 할 수 있지만, 무너지거나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라며 "아직 나만의 무엇인가가 부족하니 꾸준히 하다보면 나만의 색깔을 찾지 않을까 한다"고 바랐다.
양찬열이 1군에 올라왔을 당시 KBO리그는 무관중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그러나 KBO는 지난달 26일부터 10% 수준에서 관중을 받기 시작했고, 오는 11일부터는 최대 30%까지 입장을 허락할 예정이다.
양찬열이 1군에 다시 복귀한다면 팬들 앞에서 그라운드에 들어서게 된다. 양찬열은 "데뷔할 때는 팬들이 안 계셔서 아쉬웠다. 이제 더 열심히 해서 다시 1군에 올라가 팬들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도록 하겠다"라며 "코로나19에 다들 힘내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 Thanks to. “지금의 저를 만들어주신 모든 분”
"일단 부모님께 가장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었습니다. 또 리틀야구 때부터 저를 지도해주신 모든 지도자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정말 한 분 한 분 모두 기억하고 감사드린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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