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에는 타격에는 슬럼프가 있어도 수비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격언이 있다. 기복 없는 수비력이 팀을 지탱하는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는 말이다. 강팀의 제반조건 중 하나는 탄탄한 수비력이라는 사실은 무수한 시즌을 통해 확인해 왔다. 롯데 자이언츠는 올해 독보적인 강팀은 아닐지언정, 와르르 무너지지 않았다. 팀이 중반까지 버텨나가는 힘을 수비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롯데는 8월 6경기 동안 단 한 개의 실책도 범하지 않았다. 더불어 현재 35개의 실책으로 리그 최소 실책 1위를 기록 중이다. 현재 유일하게 30개대의 실책을 기록하고 있는 팀이기도 하다. 수비 효율을 의미하는 DER 수치고 6할9푼1리로 리그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절대적인 실책 숫자도 적지만 수비로 아웃카운트를 처리하는 효율성 역시 뛰어난 올 시즌의 롯데다. 지난해 114개로 최다 실책을 기록했던 엉성했던 팀은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유격수 딕슨 마차도가 현재 롯데가 구축한 철옹성의 중심이다. 메이저리그급 수비력으로 내야진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하이라이트 필름에 포함될 수차례 호수비들을 양산해내는 중이다. 74경기 635이닝을 소화하면서 단 3개의 실책만 범했다. 내야수 최다 이닝 1위에 실책 숫자는 현저하게 낮다.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 그리고 순간적인 판단력으로 유격수 수비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화려하면서도 견고한 플레이로 롯데의 수비력을 끌어올리는데 일조했다.

마차도를 중심으로 2루수 안치홍, 중견수 민병헌, 포수 김준태, 정보근까지 이어지는 센터라인도 덩달아 안정됐다. 중견수 민병헌의 수비력은 이미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내야를 벗어나 좌중간, 우중간으로 향하는 타구가 나오더라도 중견수 민병헌이 빠른 타구 판단으로 타구들을 걷어내고 있다. 2루수 안치홍은 올 시즌 프리에이전트로 영입되면서 수비에 대한 물음표가 붙었다. 현재 8개로 팀 내 최다 실책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마차도와 키스톤 콤비 호흡을 맞추면서 수비력에 대한 의문부호를 씻어내며 건실하게 2루를 지켜내고 있다. 포수 자리도 김준태와 정보근이 번갈아 마스크를 쓰면서 포수진 문제를 해소시키며 수비력 안정에 일조했다.
여기에 더해 마차도의 곁에서 그의 수비 움직임을 지켜본 3루수 한동희 역시 일취월장한 수비력으로 3루 자리를 탄탄하게 지켜내고 있다. 민병헌 곁의 좌익수 전준우, 우익수 손아섭도 올 시즌 물샐틈 없는 외야진용을 만들어내고 있다. 전체적으로 수비 레벨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 들 정도로 올해 롯데 수비는 수치는 물론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벤치의 역할도 한몫했다. 시즌을 거듭하면서 유의미한 결론을 지을 수 있을 정도로 상대 타자들의 타구 방향 데이터가 쌓이면서 내야 수비 시프트의 힘도 발휘되고 있다. “51% 정도의 확률로 시프트가 들어맞아도 시프트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는 지론을 밝혔던 허문회 감독이었다. 시즌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수비 시프트를 활용했고, 여기에 데이터까지 축적되면서 시프트의 성공 확률도 점점 높아지는 중이다.
8월을 앞두고 롯데는 중위권 경쟁의 마지노선인 5할 승률에 도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상승기류가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하락세라고 할 만한 기간도 없었다. 타선이 침묵하고 투수진이 난타를 당했을 때도 수비진은 흔들리지 않았다. 수비 집중력을 언제나 높은 수준으로 유지를 하면서 자멸하지 않는 팀으로 거듭났다. 그 결과 다시금 힘을 내면서 8월 5승1무 무패 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수비력이 근간이 된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리고 언제든 질주를 할 채비를 할 수 있다. 롯데가 질주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다.
여름의 맹렬한 질주 덕분에 5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 구단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다승(80승 62패 2무)을 달성했던 2017년을 되살려보면 현재 롯데의 질주도 가벼이 볼 부분이 아니다. 당시에도 롯데는 86개로 리그 최소 실책을 기록, 수비력을 바탕으로 가을야구를 넘봤다. 분명, 롯데의 수비력은 현재 8월 질주의 충분한 이유가 되고 있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