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얼굴 없는 사나이’로 지냈다는 건 아니다. 이제야 얼굴 같은 얼굴을 찾았다는 얘기다. 디자인이 먼저 공개됐을 때도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던 형상이 T자처럼 생긴 주간 주행등이었다.
현대자동차의 ‘더 뉴 싼타페’가 이제야 제 얼굴을 찾았다. 풀체인지도 아닌, 2018년 출시 모델의 페이스리프트이지만 ‘더 뉴 싼파페’는 서둘러 대변신을 꾀했다.
디자인 변화는 이미 공개된 상태라 미디어 시승에서 굳이 체크할 요소는 아니다. 그렇다고 디자인 변화가 가장 크게 와 닿는 걸 억지로 부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영문자 T를 연상시키는 주간 주행등은 룸미러를 통해 강렬하게 새김질하고 있었다. 내가 타고 있는 차가 저런 인상이란 말이지?
현대차는 4세대 싼타페를 부분변경하면서 풀체인지에 버금가는 변화를 줬다. 디자인은 숫제 통으로 재설계했고, 플랫폼도 차세대 버전이 적용됐다. 파워트레인에도 새 엔진과 없던 변속기가 투입됐다. 신차급이 아니라 진짜 신차다.
전면부 인상은 단순히 ‘달라졌다’고만 하면 서운해 할 것 같다. 이제야 뭔가 이목구비를 갖춘 듯 보인다. 눈코입이 어디다 섞어 놔도 “앗! 싼타페”라고 외칠 수 있을 것 같다.
헤드램프는 ‘독수리의 눈(Eagle’s eye)’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정도가 됐다. T자형 주간 주행등이 헤드램프 디자인과 맞물려 만들어내는 형상은 영락없는 독수리 눈이다. 그 아래 자리잡은 라디에이터는 넓기는 하지만 비율이 맞다. 이목구비가 반듯반듯한 게 ‘산타페’라는 얼굴의 관상도 봐줄 수 있을 것 같다.
운전석에 앉으니 오른 손에 응당 만져져야 할 게 없어졌다. 변속기 레버가 막대형에서 버튼형으로 바뀌었다. ‘맛이 안 난다’고 툴툴댈 만한데, 세태가 그러하니 적응하는 수밖에.
운전석 주변부 조작장치들은 점점 첨단 IT기기를 만지는 느낌이다. 작은 다이얼을 한 눈금 돌렸을 뿐인데, 차체의 긴장도가 확 달라진다.
SUV라는 성격에 맞게 ‘험로 주행 모드’가 새로 추가됐다. 험로란 진흙길, 눈길, 모래길을 말한다. 사륜구동이 아니면 빠져나가기 힘든 주행환경에서 구동력과 엔진토크, 제동력 등을 제어해 최적화된 주행성능을 발휘하게 하는 다이얼 명령어다.
파워트레인은 차세대 심장인 ‘스마트스트림 D2.2’ 엔진과 ‘스마트스트림 습식 8DCT(더블 클러치 변속기)’가 들어갔다. 이미 기아자동차 ‘올 뉴 쏘렌토’에 올라간 바로 그 조합이다. 같은 파워트레인이지만 좀더 정제된 느낌도 난다. 쏘렌토가 야생의 맛을 강조했다면, 싼타페는 상대적으로 도회지적이다.
최고출력 202마력(PS), 최대토크 45.0kgf·m의 힘을 발휘하고, 기존 싼타페 대비 4.4% 개선된 14.2km/ℓ의 연료소비효율(연비)을 보인다. (5인승, 2WD, 18인치 휠 복합연비 기준) 습식 DCT는 확실히 빠르고 직결감이 강하다.
차세대 플랫폼을 쓴 효과는 공간활용성에서 두드러진다. 기존 싼타페 대비 전장이 15㎜(4,770㎜ → 4,785㎜), 2열 레그룸(다리 공간)이 34㎜(1,026㎜ → 1,060㎜) 늘어나 실거주성이 개선됐으며 2열 후방 화물 용량은 기존 싼타페 대비 9ℓ(625ℓ → 634ℓ)가 증가했다. 골프백 4개를 여유 있게 실을 수 있다. (5인승, 2열 시트 상단 높이 측정 기준)
그런데 사소하지만 이런 차이도 있다.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는 기아차 쏘렌토보다 전장이 미세하게 짧다. 쏘렌토는 전장을 4,810mm로 뽑았다. 전장을 줄이면서까지 싼타페가 얻고자 한 것은 안면 얼굴(그릴)의 입체감인 듯하다.
차선을 인식해 주행 시 차로 중앙을 유지하게 도와주는 ‘차로 유지 보조(LFA)’, 주차 및 출차를 위한 저속 후진 중 충돌 위험 감지 시 경고 및 브레이크를 자동 제어하는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PCA)’, 차량 탑승 없이 스마트 키 버튼으로 차량을 움직여 주차 및 출차를 도와주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RSPA)’ 등은 새로 추가된 안전사양들이다.
교차로에서 접근하는 차량까지 인식해 충돌 위험 시 경고 및 브레이크를 자동 제어하는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차로 변경 상황뿐만 아니라 평행 주차 중 전진 출차 시에도 후측방 차량 충돌 위험을 감지하면 경고 및 자동 제동하는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BCA)’, 자동차 전용도로로 적용 영역이 확대된 ‘고속도로 주행보조(HDA)’ 등은 완성도가 좀더 높아졌다.
차로 유지 보조 장치는 고집이 상당히 세졌다. 억지 부리는 모습이 귀찮아 기능을 끄고 달리고 싶을 때가 종종 생긴다.
더 뉴 싼타페 디젤 2.2 모델의 트림별 판매 가격은 프리미엄 3,122만 원, 프레스티지 3,514만 원, 캘리그래피 3,986만 원이다. (※ 개별소비세 3.5% 기준) /100c@osen.co.kr
* 이 콘텐츠는 ‘월간 OSEN+’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