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올 시즌 운명을 가를 수도 있었던 8월 중순 지옥의 일정을 마무리 지었다. 수확이 적지 않았다.
롯데는 지난 주를 마지막으로 8월 중 가장 험난했던 일정을 마쳤다. 두산-NC-키움-두산으로 이어진 상위권 상대 11경기, 그리고 올해 상대 전적에서 가장 나쁜 상대전적을 갖고 있었던 삼성(3승6패)과의 총 13경기를 치렀다(우천취소 2경기). 중위권 싸움의 분수령이라고 내다봤던 일정이었다.
롯데는 이 지옥의 일정을 7승1무5패라는 만족할만한 성적으로 마무리 했다. 두산전 3승1무2패, NC전 1승1패, 키움전 1승2패, 삼성전 2승 등 고르게 승수를 챙겼다. 상위권 팀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였고, 삼성과의 올해 천적 관계도 이번 2연전 싹쓸이로 청산했다.

8월 시작과 동시에 시작됐던 상승의 동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중위권 싸움을 충분히 펼쳐나갈 힘을 비축했다. 야수진의 백업 선수들이 주전 선수에 가까운 역할을 해줬고, 추격조 성격의 투수진은 필승조에 버금가는 역할을 해줬다.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향후 중후반 레이스에서 더욱 동기부여를 갖고 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롯데 허문회 감독은 확대엔트리와 2연전을 앞두고 백업 선수들의 활약이 팀 성적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고 이를 현실로 이뤄냈다.
지난 22~23일 대구 삼성전에서 주전 키스톤 콤비 딕슨 마차도와 안치홍의 휴식을 위해 연속해서 출장한 전천후 내야수 신본기는 22일 경기 주도권을 가져오는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고, 23일에도 안타를 때려냈다. 대타 자원 오윤석은 22일 경기에서 대타로 나서 달아나는 적시타를 뽑아내기도 했다.
퓨처스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올라온 신용수도 23일 경기 선발 출장해 안타를 신고하는 등 인상을 남겼다. 포수 김준태는 이 기간 데뷔 첫 만루포 포함해 홈런 2개를 쏘아 올리는 등 적재적소에서 활약했다. 이대호(0.226), 전준우(0.269), 안치홍(0.190), 정훈(0.279) 등 주전급 야수들이 지쳐 주춤할 수 있었던 시기를 확실하게 메워줬다.
투수진의 성과는 더욱 눈부시다. 기존 필승조인 박진형, 구승민 외에 타이트한 상황에서 낼 수 있는 카드가 늘었다. 특히 신인 최준용이 지난 21일 잠실 두산전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데뷔 첫 패전 투수가 됐지만 이튿날 22일 삼성전에서 1⅓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데뷔 첫 홀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등판 상황이 점점 접전 경기로 변하고 있다는 것은 최준용의 성장을 증명하는 근거다. 김건국 역시 필승조를 보좌할 수 있는 투수로 거듭났다. 또한 올초 ‘드라이브라인’ 연수를 다녀온 한승혁이 1군에 올라와 성과를 내면서 좌투수 부재에 대한 고민까지 해소했다.
성적과 선수층 확충이라는 성과를 동시에 거둔 롯데. ‘8치올(8월부터 치고 올라간다)’의 호언을 현실로 만들고 있고 이 과정에서 더욱 팀이 탄탄해지고 있다. 롯데는 지옥의 13연전을 끝내고 오는 25일부터 SK, 키움, 한화와 홈 6연전을 치르며 8월을 마무리 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