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도로의 과속방지턱은 악명 높다. 과속주행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만 있을 뿐, 혹시나 있을 차량 파손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스포츠 주행을 지향해 차체가 낮은 차들은 과속방지턱이 공포의 장애물이다. 정해진 규격이 있겠지만 도로에 설치된 시설물들은 거리낌없이 자유분방하다.
그런데 차의 성능을 테스트하는 시승자들에겐 간혹 이 악명높은 과속방지턱이 쓸모가 있을 때가 있다. 대책없는 과속방지턱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지를 살펴보며 서스펜션의 성격을 가늠한다.
토요타의 풀사이즈 세단 아발론은 이 종목의 대표급이다. ‘한국의 과속방지턱 넘기’ 종목이 올림픽에 있다면 단연 금메달감이다. 무르지도 않은 것이 그렇다고 딱딱하지도 않다. ‘팽팽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분명 탄성은 있으나 출렁거리지 않고 딴딴히 받쳐주지만 나무토막처럼 딱딱하지는 않다.

이 재주를 가능하게 한 요인을 서스펜션에서 찾을 수 있다. 새롭게 개발된 맥퍼슨 스트럿 프론트 서스펜션과 더블위시본 리어 서스펜션이 아발론을 받치고 있다. 서스펜션 암, 부싱, 쇽 업소버를 최적으로 배치해 고르지 않은 도로에서도 주행 충격을 최소화했다. 장거리 주행에도 문제없는 편안함과 높은 수준의 직진주행성, 아발론의 서스펜션이 자랑하는 주행 감성이다.
아발론은 토요타 세단 라인업의 플래그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를 수식하는 단어들은 수수하다. ‘럭셔리’는 물론이고 ‘프리미엄’이라는 말조차도 등장하지 않는다. 토요타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와 굳이 겹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는 지 모른다.

오히려 토요타는 아발론을 ‘플래그십이지만 재미있게 타는 차’로 성격을 규정한다. 플랫폼은 다양한 성질을 다 받아주는 TNGA다. ‘보다 좋은 차 만들기’를 위한 혁신이라는 의미의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 플랫폼은 저중심 설계와 와이드 스탠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이전 모델대비 전장이 15mm 길어지고, 전폭이 15mm 넓어졌으며, 휠베이스가 50mm 길어졌다. 파워 컨트롤 유닛, 시트,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낮게 배치해 차량의 좌우 흔들림(롤링)을 저감시키고 승차감과 고속 안정성을 확보했다.
여기에다 구조용 접착제와 레이저 스크류 용접(LSW) 공법으로 차체강성을 높였기 때문에 개발자의 의도에 따라 아주 안락한 차로 만들 수도, 스포티한 주행감성을 내게 할 수도 있다. 아발론이 선택한 주행감성은 ‘다이내믹’이었다.
렉서스 ES, 토요타 캠리와 같은 파워트레인을 쓰는 아발론에 토요타는 ‘중후한 스포티’라는 성격을 부여했다.
원래 아발론은 조용한 차다. 창을 내려 유리면을 만져보면 두툼한 이중 접합부위가 손끝에 느껴지고, 흡음재를 곳곳에 배치해 정숙성을 향상시켰다. 바닥면에는 진동 댐핑 코팅으로 진동을 최소화했고, 대시보드패널, 바닥, 천정 부위에 사일런서를 광범위하게 적용했다. 4점식 엔진 마운트의 배치를 새롭게 해 엔진의 진동도 저감시켰다.
그런데 토요타는 이런 기본기에다 아발론만의 ‘성격’을 입혔다. 흡차음제를 줄여서 성격을 만든 건 아니다. 사운드 튜닝을 통해 ES에는 고도의 정숙성을, 아발론에는 흡사 디젤엔진 같은 야성이 꿈틀대도록 세팅을 했다.
모든 조건에서 야성을 앞세운 건 아니다. 최대의 연료효율을 제공하는 ‘ECO’, 편안한 운전을 제공하는 ‘Normal’, 더 빠른 스로틀 반응과 변속 타이밍, 스포티한 스티어링을 제공하는 ‘SPORT’ 모드 중 스포트 모드일 때만 드러나는 성격이다.
아발론 하이브리드는 최고출력 178마력(5,700rpm)의 2.5리터 직렬 가솔린 엔진과 최고출력 120마력의 전기모터를 조합해 탄생했다. 두 에너지원이 내는 시스템 총출력은 218마력에 이른다.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한 기본조건이다.

그런데 에코모드를 선택하면 차는 완전히 다른 성질을 낸다. 하이브리드의 속성 중 ‘유순함’이 극도로 강조된 주행감성을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오토 글라이드 컨트롤(AGC)’ 기능을 들 수 있다.
가속페달을 밟아 속도를 높이다가 페달에서 발을 떼면 도로 저항 때문에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아발론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도 속도가 푹푹 떨어지지 않는다. 정말 행글라이더가 창공에서 바람을 타듯 속도계 바늘이 눈곱만큼씩 떨어진다. 타이어가 도로와 일으키는 저항 외에는 아무 것도 없는, 무저항의 상태를 만들어 주는 게 ‘오토 글라이드 컨트롤’이다. 에코 모드에서만 작동하는 이 기능은 운전자의 마음을 부자로 만들어준다.
이런 기능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낸 아발론 하이브리드의 공인연비는 복합연비 기준 16.6km/ℓ나 된다.
단순히 하이브리드라서 낼 수 있는 연료 효율이 아니다. 2.5리터 가솔린 엔진 자체도 효율이 크게 강조된 기종이다. 높은 압축비(14:1)로 열효율과 연소효율을 높였고, 일자형 흡기 포트와 멀티홀 직분사 인젝터로 고속연소를 가능하게 했다. 운전 조건에 따라 직분사와 포트분사를 병행하는 D-4S 기술도 적용돼 ‘고출력-고효율’,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엔진이다.

하이브리드라고 해서 트렁크 공간 손실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리어시트 하단으로 이동해 이전세대 가솔린 모델과 동일한 트렁크 공간도 확보했다. 트렁크 내부 오른편의 보조 배터리도 바닥 아래로 옮겨 트렁크 공간도 고르다.
차선이탈 경고 LDA,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DRCC, 긴급 제동 보조시스템 PCS, 오토매틱 하이빔 AHB를 모두 갖추고 60:40 리어 폴딩 시트, 넓은 개방감을 주는 썬루프, 스마트폰 무선 충전도 되는 아발론 하이브리드의 국내 판매가는 4,673만 원이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