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베스트의 공이었다. 그날 이후로 그런 공을 받아본 적이 없다. 잊을 수 없는 경기였다.”
SK 와이번스 박경완 감독대행은 구단 최고의 에이스로 꼽히는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가장 많은 호흡을 맞췄던 포수다. 김광현의 신인 시절부터 시작해 성장기, 그리고 최전성기까지 모두 경험했다. 2013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뒤 지도자로 돌아선 뒤에도 김광현과 한솥밥을 먹으며 메이저리그 진출까지 지켜봤다. 2010년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우승의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김광현이 당시 포수였던 박경완 대행에게 모자를 벗고 깍듯하게 인사를 한 마지막 세레머니는 여전히 회자되는 명장면이고 두 사람의 관계를 짐작하게 하는 장면이기도 했다.
박경완 대행은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시즌이 시작되자 감회가 새롭다. 경기들도 틈틈이 체크한다. 여전히 애틋한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개막전 천신만고 끝에 거둔 세이브는 물론 최근 선발로 등판해 거둔 데뷔 첫 승까지 지켜봤다. 그는 “운이 따른 것 같다”고 웃으면서도 “운이 따르는 것도 실력이다. 첫 세이브 상황을 어렵게 마무리 했고, 이후 첫 선발 등판에서도 3⅔이닝 나름대로 잘 던졌다. 그리고 6이닝 무실점을 했다. 힘든 상황들이 있었을텐데 선발로 이동하면서 편안해진 것 같다. 큰 무대의 부담감도 있었을 것이다. 내 집에 온 기분이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사진] OSEN DB](https://file.osen.co.kr/article/2020/08/26/202008260147775880_5f4542ba63610.jpg)
이어 “(김)광현이는 그 정도 부담감은 이겨낼 선수다. 부상만 없으면 꾸준하게 4~5년은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자 격의 선수를 응원했다.
또한 2021년 1차 지명 투수 좌완 김건우(제물포고)을 지켜본 소감에 대해 “폼, 행동, 걸음걸이 모두 김광현 같더라”며 다시 한 번 김광현을 떠올렸다. 김건우는 김광현을 롤모델로 삼으며 성장했다. 자연스럽게 김광현의 신인 당시와 비교가 됐다. 박경완 대행은 “김건우는 그래도 145km까지는 나오는 것 같다. 신인 때 김광현보다 스피드는 더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광현은 데뷔 때부터 150km에 육박하는 강속구를 뿌렸다고 모든 이들이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공을 직접 받았던 박경완 대행의 기억은 전혀 달랐다. 박 대행은 “신인때 김광현은 공이 너무 안왔다. 140~141km 정도밖에 안나오더라. 첫 해에는 진짜 힘들었다”면서 “그 다음 해부터 146~147km를 찍기 시작하더라. 당시 캠프 청백전에서 타자로 들어섰는게 공이 어마어마하게 빨라졌더라. 이후 공을 받았는데 공이 정말 좋아졌다. 그게 꾸준해지면서 슬라이더의 각도 살아났다”고 회고했다.
김광현이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된 계기 역시 박경완 대행이 마스크를 썼었다. 이는 박경완 대행이 꼽은 김광현의 역대 베스트 경기였다. 바로 김광현이 혜성같이 등장했던 두산과의 2007년 한국시리즈 4차전이었다. 주목받던 신인이었지만 당시 정규시즌 성적은 20경기 3승7패 평균자책점 3.62였다. 나쁘지 않은 기록이었지만 기대보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김광현이 깜짝 선발로 등판한 한국시리즈 4차전은 김광현의 과거와 현재를 갈라놓은 결정적인 변곡점이었다. 당시 두산에서 22승을 거둔 에이스 다니엘 리오스와의 맞대결에서 굴하지 않았다. 7⅓이닝 1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의 대역투를 펼치며 한국시리즈 흐름을 바꿔놓았고 역전 우승의 밑거름을 놓았다.
박경완 대행은 주저없이 이 경기를 김광현 최고의 경기로 선택했다. 그는 “역대 베스트였다. 그날 이후로 그런 공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김광현 최고의 경기 단 한 경기를 꼽으라면 2007년 한국시리즈 4차전을 꼽을 것이다 그 경기는 잊을 수 없다. 아직도 공들이 생생하다”면서 “이런 공을 던질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고, 내가 사인을 내는대도 ‘이 공은 칠 수 없을 것이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타자들의 스윙이 공과 차이가 많이 났다”고 강조했다. 당시 김광현의 최고 구속은 151km까지 찍혔다.
이 경기를 기점으로 김광현은 2008년부터 팀의 에이스로 성장했고 투수 파트의 리더가 됐다. 박 대행은 “이 경기를 계기로 좋은 투수가 된 것 같다. 그 이후 선수도 노력을 많이 했다. 다시 생각해보면 당돌하고 대범한 면이 있기 때문에 성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고참이 되어서는 투수 파트를 리드하는 리더십이 생겼다”면서 김광현의 성장 과정을 되짚으며 회상했다.
약 13년이 지난 경기를 박경완 대행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고, 김광현의 성장과정을 돌아보며 과거를 흐뭇하게 회상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