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하게 말해줄 수 없지만 9월에도 준비하고 있다".
맷 윌리엄스 KIA타이거즈 감독 신박한 스토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분위기 바꾸기 이벤트가 눈길을 끌었다. KIA타이거즈는 지난 8월 31일 유튜브 채널과 SNS에 에너자이징 데이 동영상을 올렸다. 선수들이 우스꽝스러운 의상을 입고 광주를 떠나 서울 원정길에 나서는 모습을 담았다. 기상천외한 동영상은 큰 화제를 몰고왔다.
윌리엄스 감독이 메이저리그 시절 경험한 루키 헤이징을 제안했다. 신인들을 골린다는 뜻의 '루키 헤이징'은 우리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류현진(토론토)은 다저스 시절 마시멜로맨으로 변신을 했고, 오승환(삼성)은 세인트루이스 시절 ‘슈퍼마리오’의 루이지 분장을 했다. 또한 김현수(LG)는 볼티모어에서 ‘텔레토비’의 뚜비 분장을 했다.

지난 21일 광주 NC경기를 마치고 신인들과 1군 경기를 많이 뛰지 않은 선수들이 이른바 코스튬 복장을 입었다. 정해영(타노스), 홍종표(헐크), 박민(아이언맨), 김규성(스파이더맨), 오선우(유치원생), 서덕원(토르), 남재현(수퍼맨), 김현수(이소룡), 황대인(패션셀럽), 이진영(손오공), 차명진(해리포터) 등이 분장에 참가해 웃음을 줬다.
KIA 선수단은 웃음꽃을 피우며 서로의 분장을 평가하며 티격태격 하는 모습을 보였고, 분장을 마친 뒤에는 셀카를 찍는 등 추억을 쌓았다. 8월 성적이 신통치 않았고, 팀 분위기도 쳐진 가운데 기상천외한 윌리엄스의 이벤트로 한바탕 웃을 수 있었다.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윌리엄스 감독은 지난 1일 삼성과의 광주경기를 앞두고 "이벤트는 성적이 좋지 않은 가운데 선수들에게 '야구는 재미있다'는 것을 다시 알려주기 위해 제안했다. 이기든, 지든, 취소가 됐든, 경기가 끝난 이후는 즐거운 시간이다. 처음 경험했지만 나름 잘 즐겼다고 생각한다. 방송시간이 많은 선수는 황대인이었다"며 웃었다.

이어 "내가 신인일 때도 있었다. 너무 고대의 스토리였던 것 같다. 지금처럼 코스튬 의상이 아니었다. 경기를 마치고 라커의 문을 열었더니 내 옷이 없고 다른 의상과 신발이 있었다. 사이즈가 전혀 맞지 않았다. 요즘은 여러가지 시도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원정갈때 테마를 정해서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윌리엄스 감독은 에너자이징 데이를 통해 가라앉은 분위기를 바꾸는데 성공했다. 실제로 쉽지 않은 서울 원정 6연전에서 5할 승률로 이어졌고, 9월 첫 날도 승리했다. 그래서 여기에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시즌 2탄을 예고했다. "아마도 9월 중순 쯤 한번 더 있을 것이다. 자세하게 말해줄 수 없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윌리엄스 감독은 와인투어를 기획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류중일 LG트윈스 감독의 갑작스러운 방문을 받은 이후 와인을 한 병씩 선물해 눈길을 받았다. 일종의 신고식이었다. 상대 팀 감독들도 더 많은 답례품으로 훈훈한 '한국의 정'을 안겨주었다. 외국인 감독이 흔치 않는 마음씀씀이에 KBO 감독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이번에는 선수단 분위기를 바꾸는 이벤트까지. 윌리엄스 감독이 9월에는 또 무엇을 내놓을지 궁금해진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