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와 유모차.’ 썩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다. 적어도 이 차, GLB가 나오기 전까지는 그렇다.
메르세데스-벤츠가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이다 보니 유모차가 필요한 연령대의 주머니 사정과 세그먼트간에는 간극이 존재했다. 주머니 사정에 맞추다 보니 유모차를 실을 수 없을 정도로 트렁크 공간이 작고, 경제적 여유가 있어 큼직한 차를 장만하고 나니 아이들이 다 자라 유모차를 쓸 일이 없다. 삼각별에 매료 돼 메르세데스-벤츠의 엔트리급 세그먼트를 타다가도 결혼 후 아이가 생기면서 실용성 좋은 차로 옮겨 타는 사례를 심심찮게 봐 왔다.
그런데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GLB’의 등장 이후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주머니 사정과 공간성, 그리고 브랜드 가치까지 어느 하나 놓치지 않았다. 메르세데스-벤츠도 대놓고 말한다. “다재다능한 패밀리 SUV”라고.

GLB는 벤츠의 모델 명명법으로는 SUV 라인업 GLA와 GLC 사이에 존재하지만 A와 C를 연결하는 메신저 체급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메르세데스-벤츠와 SUV 라인업과 별개로 노는 존재물처럼 여겨진다. 억지로 줄을 세웠을 때 이름 순서대로 배열되는 것은 세 모델의 전장 차이 정도다. GLA가 4,410mm, GLB 4,634mm, GLC 4,670mm로 순서대로 펼쳐진다. 하지만 GLB의 전장은 A보다는 C에 훨씬 가깝다. 유사한 콘셉트의 쉐보레 이쿼녹스가 4,650mm이니 이에 빗대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디자인에도 미학적 요소보다는 실용성에 더 무게를 둔 게 확연하다. 그래서인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마크 레인 제품 & 마케팅 부문 총괄 부사장은 SUV의 대부 ‘G클래스’ DNA를 언급한다. SUV 본래의 취지에 가깝게 개발된 차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 모델은 글로벌 시장 출범도 늦은 편이다. 2019년 6월, 세계 시장에 처음 등장했다. 벤츠 SUV 라인업에 꼭 필요해서 라기보다는 경쟁사 특정 모델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탄생한 차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별종이다. 최상위 G클래스의 DNA가 ‘S’와 ‘E’를 건너뛰고 ‘C’ 아래에 자리잡는 모습이 할아버지를 꼭 닮은 손자의 예를 연상케 한다.
요사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서울 잠원 한강공원 내 서울웨이브 아트센터에서 ‘SUV 패밀리 도슨트 투어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8일까지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지난 달 27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소개한 SUV 신차 3종 ‘더 뉴 GLB’ ‘더 뉴 GLA’ ‘더 뉴 GLE 쿠페’를 만나 볼 수 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더 뉴 GLB’는 유튜브 영상으로 볼 때 보다 훨씬 볼륨감이 커 보였다. 7인승 모델도 나온다는 예고가 납득이 된다. 5인승 모델의 트렁크 공간은 3열을 추가할 만큼 여유가 있다.

행사장에 전시된 차량의 2열에는 어린 아이 인형이 앉아 있는 카시트도 장착돼 있었다. 휠베이스가 2,830mm나 되기 때문에 2열은 카시트를 앉히고도 넉넉한 틈이 남는다. 5인승 차량의 2열 좌석 레그룸은 967mm에 이른다. 뒷좌석 등받이를 모두 접으면 최대 1,805L의 적재 공간이 만들어진다.
아직 정식 출시가 되기 전이라 시승까지는 못 해봤지만 실내 거주성 외의 사양은 메르세데스-벤츠라는 브랜드가 보증하고 있었다.
심장부엔 직렬 4기통 2.0 리터 가솔린 터보차저인 M260 엔진이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8단 DCT가 결합돼 퍼포먼스와 효율이 조화를 이룬다. 컴포트 서스펜션(comfort suspension)도 기본으로 탑재됐다.
자동 속도 조절, 제동 및 출발을 지원하는 액티브 디스턴스 어시스트 디스트로닉(Active Distance Assist DISTRONIC), 차량 또는 보행자와의 충돌을 감지할 경우 시각적, 청각적 경고 및 반자율제동을 지원하는 액티브 브레이크 어시스트(Active Brake Assist), 액티브 차선 이탈 방지 패키지(Active Lane Keeping Assist), 사각지대 어시스트(Blind Spot Assist)도 기본 사양이다. 가족의 안전을 구매조건 1순위로 꼽을 만한 사양이다.

원격으로 트렁크를 열고 닫을 수 있는 핸즈 프리 엑세스(HANDS-FREE ACCESS)가 포함된 키레스 고(KEYLESS-GO) 패키지와 파노라믹 선루프, 무선 충전 기능 등도 기본 사양이다.
가격도 비교적 합리적이다. 국내에는 우선 더 뉴 GLB 220과 더 뉴 GLB 250 4MATIC이 먼저 출시되는데 각각 5,420만 원과 6,110만원이다.

더 뉴 GLB 250 4MATIC 모델은 오프로드 성능도 갖췄다. 완전 가변형 토크 배분을 지원하는 오프로드 엔지니어링 패키지(Off-Road Engineering Package)가 기본 사양으로 탑재돼 뛰어난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제공한다.
‘다재다능한 패밀리 SUV’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유를 알게 해준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