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에 두 번이나 사과문을 올린 한화의 현실이 참혹하다. 팀 성적도, 방역 의식도 꼴찌다.
한화는 3일 대전 키움전을 앞두고 구단 홈페이지에 임직원 및 선수단 명의로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최근 선수단 내에 발생한 코로나19 확진 사태에 모든 야구팬들과 KBO리그 구성원 그리고 방역당국에 사죄의 뜻을 밝히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례적인 구단 차원의 사과문 발표, 한화는 올 시즌에만 벌써 두 번째다. 지난 6월14일 대전 두산전을 마친 뒤 임직원 명의로 사과문을 내며 ‘팬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뼈를 깎는 각오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쇄신 방안을 마련했다’고 약속했다.

당시 KBO리그 역대 최다 18연패를 끊은 뒤 분골 쇄신의 의지를 드러냈지만 이후로도 한화는 크게 바뀐 게 없다. 트레이드도 하고, 외국인 선수도 교체했지만 팀 성적은 26승69패1무 승률 2할7푼4리에 그치며 KBO리그 역대 최초로 100패 위기에 내몰렸다. 리그에 극심한 전력 불균형을 초래했다.
설상가상으로 한화는 안일한 방역 의식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선수들의 확진은 불가항력에 가까웠지만 구단의 초동 대처와 문제 의식이 사태를 키웠다. 구단 내 유증상자 발생시 즉시 KBO에 보고해야 하는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다행히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큰 화를 면했지만, 자칫 리그 전체가 코로나 사태로 중단될 뻔했다.

여기에 박정규 대표이사가 서산시에 자가격리 중인 퓨처스, 육성군, 재활군 소속 50명의 선수들에 대한 부분 격리 해제를 요청해 논란을 낳았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야구단을 이끄는 대표이사로서 최선의 경기력을 위해 재고를 요청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야구단 책임자로서 할 수 있는 요청이었다.
당장 선수단 추가 변동 없이 최소 2주를 버텨야 하는 팀 사정이 급박하긴 했지만 국민 정서에 어긋나도 한참 어긋났다.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고통받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방역 의식마저 저버렸다. 야구단만의 문제를 벗어났다. 서산시는 방역 원칙에 따라 박 대표의 요청을 거절했다.
더군다나 한화는 그룹 차원에서 지난 1일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대응 지침을 선제 시행한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그룹 홍보 수단이라는 야구단이 이에 반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결국 박정규 대표는 팀 성적 부진과 코로나 확진 사태에 책임을 지고 3일 사의를 표명했다.
워낙 급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3일 키움전을 앞두고 소식을 접한 최원호 한화 감독대행을 비롯해 구단 관계자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직 시즌이 48경기 더 남은 상황이지만 구단 분위기는 갈수록 뒤숭숭하다.
이렇게 구단 안팎에서 어수선한 상황에 남은 시즌 뚜렷한 반등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현대야구에서 있을 수 없는 2할대 승률로 최초의 100패 가능성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야구도 못하는데 방역 의식마저버린 한화에겐 한 시즌 두 번의 사과문도 무색하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