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 극복하고 10승' 스트레일리, 거인 역대 최고 외인 투수 보인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09.05 06: 02

첫 11경기에서 댄 스트레일리(롯데)는 ‘불운한 남자’였다. 하지만 이후 11경기에서는 ‘행복에 겨운 남자’가 됐다. 이제는 득점 지원을 듬뿍 받는 스트레일리는 구단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스트레일리는 지난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더블헤더 2차전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100구 4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실점,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 호투로 시즌 10승 달성에 성공했다. 최근 3연승 행진.
올 시즌 리그 최고의 투수로 자리매김한 스트레일리에게 시즌 초반은 불운이 항상 따라다녔다. 개인적으로도 4일 휴식 로테이션을 고수하면서 부침을 겪었지만 5일 휴식 턴으로 돌아선 뒤에는 자신의 진가를 매 등판마다 선보였다. 다만 빼어난 호투에도 불구하고 승운이 지독하게 따르지 않았다. 5일 로테이션으로 바뀐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4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열렸다.5회초 이닝을 마친 롯데 스트레일리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고 있다. /youngrae@osen.co.kr

시즌 첫 11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53(67⅔이닝 19자책점) 71탈삼진 WHIP 1.06의 특급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승수는 단 1승. 스트레일리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 야수들은 전혀 득점을 지원해주지 못했다. 경기 당 1.27점의 저조한 득점지원으로 스트레일리를 괴롭했다. 이 기간 득점지원 리그 최하위였다. 
그러나 이후 11경기에서 스트레일리는 행복에 겨워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승수는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이다”며 개인 승수에 신경쓰지는 않았지만 득점지원이 계속 저조했다면 당연히 스트레일리 자신에게도 영향이 끼칠 수 있었다. 하지만 첫 11경기에서 타선 지원이 저조했던 기억을 말끔하게 지워낼만큼 화끈하게 터져주고 있다.
지난 7월8일 한화전부터 스트레일리가 등판하는 날 팀은 경기당 무려 5.55점을 지원하고 있다. 앞선 11경기의 약 4배가 넘는 득점력으로 스트레일리의 호투를 빛나게 해주고 있다. 11경기에서 스트레일리는 9승2패를 거뒀다. 팀의 승률과 같다. 지난 4일 경기에서 스트레일리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 6점을 지원해주며 10승 자격을 여유있게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스트레일리 본인도 이 기간 평균자책점 2.44로 흔들리지 않았다.
승수를 순식간에 쌓았고 향후 10경기 남짓의 등판이 남았고 10승까지 챙겼다. 이제는 모든 기록에서 역대 최고의 외국인 투수 자리를 노릴 수 있는 자리까지 올랐다. 스트레일리의 시즌 누적 기록은 10승 4패 평균자책점 2.48(137⅔이닝 38자책점), 144탈삼진, 36볼넷, 퀄리티스타트 14회, WHIP 1.04, 피안타율 2할1푼4리의 기록을 찍고 있다. 
현재 페이스대로라면 구단 외국인 선수 최다승인 13승은 무난히 깰 것으로 보인다. 쉐인 유먼(2012,2013), 크리스 옥스프링(2013), 조쉬 린드블럼(2015), 브룩스 레일리(2017)이 공동으로 갖고 있는 기록이다. 모두 구단 역사에 남을 외국인 선수들이었고, 스트레일리는 이들을 뛰어넘기 일보직전이다.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기록도 넘보고 있다. 역대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선수는 2012년의 유먼. 당시 2.55를 기록했다. 스트레일리가 현재 2.48인데 유지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스트레일리이기에 기대를 해봄직 하다. 
최다 탈삼진 부문은 지난 2015년 린드블럼이 기록한 180개를 뛰어넘기까지 37개만 남겨두고 있다. 9이닝 당 9.41개의 탈삼진을 잡아내고 있고 200탈삼진이 넘는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기에 이 역시 조만간 깨질 것이 유력하다. 
에이스의 역할은 물론 팀내 케미스트리 형성에도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자신의 등판날 동료 야수들에게 커피를 돌리며 팀원들을 응원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스트레일리가 커피를 돌리기 시작한 뒤 승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덕아웃에서는 국내 선수들보다 먼저 마중 나와 야수들을 격려하는 것은 기본이다. 아울러 롯데의 올시즌 마케팅 파트에 숨통을 틔운 ‘분하다 준태티’를 제작, 김준태를 돋보이게 만들었고 동료들까지 웃음짓게 했다. 
실력이면 실력, 인성이면 인성, 빠질 것 없는 스트레일리가 구단 역대 최고 외국인 투수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jhra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