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같은 경기력이면 팬들도 즐기는 한 해가 되지 않을까요."
GS칼텍스는 5일 충북 제천체육관에서 2020 제천・MG새마을금고컵 프로배구대회 여자부 흥국생명과의 결승전에서 세트스코어 3-0(25-23, 28-26, 25-23)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GS칼텍스는 2017년 이후 3년 만에 컵대회 정상에 올랐다.
이날 유력한 우승 후보는 흥국생명이었다. 김연경과 이재영이라는 걸출한 국가대표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고,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도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있다. 흥국생명은 조별예선과 준결승전 4경기까지 무실세트로 달렸고 2010년 이후 10년 만에 컵대회 우승을 넘봤다.

흥국생명의 질주를 가로막은 것은 GS칼텍스였다. 끈질긴 수비로 흥국생명의 공격을 받아냈고, 러츠(25득점), 이소영(18득점), 강소휘(14득점)은 흥국생명의 코트를 폭격했다. 또한 '국가대표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았던 흥국생명과의 높이 싸움에서도 블로킹득점 11-9로 앞서며 흥국생명의 우승 꿈을 좌절시켰다.
경기를 마친 뒤 차상현 감독은 "선수들이 끝까지 열심히 싸워줬다. 어느 경기보다 선수들이 잘 싸우고 싶어하는 눈빛이 있었다. 나도 놀랐다. 선수들이 이정도 힘을 가지고 있구나 했다"라며 "조금 더 훈련을 빡세게 시키면 더 가능성이 있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흥국생명을 무너트린 비결에 대해서는 "흥국생명은 레프트 점유율이 높은 팀이다. 상대도 거기가 뚫리면서 힘들게 갔다. 선수들이 수비를 정말 잘해줬다"고 밝히면서도 "아직 리그까지 한 달 조금 넘게 남았는데, 흥국생명은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이라고 본다. 잘 준비해서 한 번에 밀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선수들의 칭찬도 이어졌다. 전날(5일) 준결승에서 부진했던 이소영이 18득점으로 부활하자 차 감독은 "어제 쉬었던 것이 효과를 본 것 같다. 결론적으로는 자기 몫을 한 것 같다. 역시 이소영은 이소영이다. 잘 이끌어준 고참들과 팀원들에게도 고맙다"고 했다.
아울러 MVP를 수상한 강소휘에 대해서는 "많이 성장했다. 그런데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하는데, 지금보다 좋은 밸런스로 갈 수 있을 것 같다. 나쁜 볼을 처리하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기대했다.
열세가 점쳐졌지만, 우승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 시점으로는 "매 세트가 박빙이었지만, 첫 세트 중반 이후 우리팀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흐름이 나쁘지 않아 수비만 한 두개 가지고 가면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준결승전을 마치고 차상현 감독은 "결승전에서는 화를 내지 않겠다. 선수들에게 맡기겠다"고 공언했다. '화를 내지 않았나'라는 이야기에 차상현 감독은 "경기 전까지였다"라고 웃으며 "경기에 들어가니 나도 모르게 이기고 싶은 마음에 세 번 정도는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고 솔직한 답변을 했다.
차 감독은 "배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정도의 경기력을 가지고 간다면 김연경 선수도 건재한 상황에서 많은 팬들이 즐기는 시즌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바라봤다./ bellsto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