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가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투수진이 가을을 어떻게 나느냐에 따라 롯데의 시즌 결말이 달라질 수 있다.
롯데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잔여경기(49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더블헤더 및 추후 재편성 일정을 고려하면 숨가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아직 5강을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 경기 한 경기를 허투루 허비할 수 없다.
포스트시즌에 대한 희망의 끈을 유지하면서 잔여경기를 순탄하게 치르기 위해서는 결국 투수진이 기본적으로 버텨줘야 한다. 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규시즌 레이스의 가장 기본적인 명제다.

일단 선발진의 상황이 지금보다는 좀 더 나아져야 한다.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현재 리그 평균과 같은 4.55다. 다만 선발진의 모습으로 경기를 예측하기 힘들다. 퀄리티 스타트 횟수에서 한화(21회)에 이어 뒤에서 두 번째(26회)라는 기록은 롯데 선발진의 불확실성을 대변해준다.
일단 댄 스트레일리는 경기의 변수를 만들지 않는 에이스다. 안정적으로 이닝을 소화하고 승리로 이끌어줄 수 있는 선발 투수다. 박세웅은 8월 상승세(5경기 2승 평균자책점 2.76)를 바탕으로 2선발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노경은도 기본적으로 5~6이닝은 끌어줄 수 있는 투구 내용으로 계산을 서게 한다. 다만, 박세웅과 노경은 모두 꾸준한 흐름을 보여줘야 한다.
가장 관건은 아드리안 샘슨, 서준원이다. 두 선수 모두 부침을 거듭하며 종잡을 수 없는 투구가 이어지고 있다. 박세웅과 노경은과는 정 반대로 벤치에서 계산을 하기 힘들다. 9월 이후 레이스에서 샘슨, 서준원이 선발진에서 해줘야 할 역할이 분명하다
올 시즌 대부분의 구단들이 겪어온 ‘불펜난’에서 빗겨 서있던 롯데였다. 흔들리고 실점을 하고 승리를 놓칠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필승조를 비롯한 불펜진의 구성이 시즌 초반 시행착오 이후 틀이 완전히 잡혔고 꾸준히 유지했다.
셋업맨 구승민, 박진형, 마무리 김원중으로 이어지는 필승조 라인은 시즌 개막 이후 한 번도 보직 변동 없이 시즌을 치러왔다. 타 구단들이 필승조 구성에 난항을 겪고 조합이 바뀌었던 것을 감안하면 롯데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필승조를 구성했다. 추격조 투수들의 구성은 바뀌었지만 현재는 김대우, 김건국, 최준용, 오현택, 박시영 등으로 정착이 됐다.
그러나 최근들어 불펜진에서 불안한 상황이 연출되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과부하에 대한 관리를 예민하게 해왔지만 누적된 부담은 어쩔 수 없었다. 8월까지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4.84였지만 9월 들어서 치른 4경기의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10.38로 리그 최하위다.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다. 필승조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8월 이후 페이스가 괜찮은 김건국, 김대우, 최준용 등의 활용폭을 넓힌다면 균열의 진행을 늦출 수 있고 필승조의 부담과 과부하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제는 버티기가 관건이다. 기본적으로 선발진이 잘 버텨줄 수 있다면 불펜진에 대한 고민이 덜 할 수 있지만 선발진에서 반전을 일으킬 수 있다면 불펜진도 동반해서 부담을 덜고 상승할 수 있다. 선발진과 불펜진이 서로를 보완하면서 이끌어줘야 한다. 1군에는 현재 없지만 대기하고 있는 이승헌, 최영환, 송승준 등의 자원들도 어느 시점에서 팀에 힘을 보태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허문회 감독도 향후 맞이할 바쁜 일정에서 투수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못 버티는 팀이 내려갈 것이다. 선발 로테이션이 잘 돌아가고 버티면 올갈 수 있다”면서 “8월에는 더블헤더가 없어서 로테이션 계속 돌아가고 조정해서 왔지만 9월 이후에는 더블헤더라는 변수가 있다. 투수들이 과부하에 안걸리면서 잘 버틸 수 있게 해야 한다. 아픈 선수들이 나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