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아닌 리더' 스트레일리, 사비로 클래퍼 구매...덕아웃 응원단 결성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0.09.08 05: 35

지난 7일 사직 LG전부터 롯데의 덕아웃에는 처음 보는 물체가 등장했다. 야구 장비가 아니었다. 흔들면 박수 소리가 나는 응원도구 손바닥 모양의 짝짝이 클래퍼였다. 이 클래퍼를 손에 들고 있던 선수는 일부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튿날인 8일, 롯데 덕아웃에 있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 클래퍼를 들고 흔들며 필드의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젊은 선수들은 물론 이대호, 노경은 등 베테랑 선수들까지, 이 클래퍼를 들고 사정없이 흔들었다. 코치진과 통역, 그리고 허문회 감독까지 스태프도 클래퍼 응원 대열에 동참했다. 덕아웃 응원단이 형성이 됐다.
과연 이 클래퍼를 덕아웃에 누가, 왜 들여온 것일까. 외국인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가 아이디어를 내고 구매, 진행까지 책임졌다. 스트레일리는 지난 7일부터 이 클래퍼를 들고 선수들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선수단 전체에 전파했다. 손뼉 박수보다 큰 소리가 나기 때문에 8일 롯데의 덕아웃은 더욱 활기찼고 시끄러웠다. 응원도구 하나에 선수들은 동심으로 돌아간 듯 신나게 응원했고 흥겨운 덕아웃 분위기가 연출이 됐다.

 7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2020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진행됐다.  2회말 1사 1루 롯데 마차도가 2점 홈런을 날리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soul1014@osen.co.kr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스트레일리는 클래퍼 30개를 사비로 직접 구매했고 선수단에게 나눠줬다. 스트레일리는 구단을 통해 “덕아웃에 활기를 불어넣고 팀원들과 야구를 어떻게하면 더 즐겁게 할수있을까 고민하다 구매하게 됐다”면서 클래퍼를 구매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스트레일리가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아이디어를 낸 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시즌 초, 포수 김준태의 진지한 표정을 유쾌하게 녹여낸 ‘분하다 준태티’를 직접 디자인 했고 전준우와 마차도의 티셔츠도 제작해 선수들에게 배포했다. 티셔츠 하나로 선수들을 뭉치게 하는 효과가 나타났고 덩달아 팀도 스트레일리가 조성한 팀분위기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기도 했다. 또한 승운이 없던 시즌 초중반에 선수단에 커피를 조공하기도 했다. 
치열한 순위경쟁, 숨가쁜 일정으로 선수들이 하나 둘씩 지쳐가는 시기다. 지난 주 롯데는 더블헤더를 치렀고 8월의 상승세에서 주춤했다. 허문회 감독이 주문하는 즐거운 야구를 펼치기에 선수들의 여유도 부족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가 팔을 걷어붙인 것. 
이미 22경기 10승4패 평균자책점 2.48, 144탈삼진, WHIP 1.04로 팀을 대표하고 리그를 지배하는 에이스가 된 스트레일리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로 자기 자신만 생각하지 않았다. 마운드 위에서 에이스의 역할은 물론 덕아웃 리더와 분위기 메이커 역할까지 하면서 이방인이 아닌 롯데의 일원으로 녹아들고 있다. /jhrae@osen.co.kr
1회초 이닝종료 후 롯데 선발 박세웅이 동료의 축하를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다. /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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