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실타래가 꼬여있다. 단단히 묶인 매듭을 풀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 롯데의 주장 민병헌은 여전히 헤매고 있다. 그러나 볼넷, 전력질주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모습으로 간절함을 표현하고 있고 팀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기록으로는 환산하기 힘든 민병헌의 존재 이유다.
롯데는 지난 9일 창원 NC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김준태가 만루에서 터뜨린 3타점 싹쓸이 2루타에 힘입어 7-5로 승리를 거뒀다. NC쪽으로 경기가 넘어가는 흐름 속에서도 롯데는 분위기를 다잡고 재역전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올 시즌 뜻대로 풀리지 않는 민병헌도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롯데는 10회초 이병규의 볼넷, 딕슨 마차도의 우전안타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았다. 안치홍이 희생번트를 대면서 1사 2,3루 기회를 이어갔고 타석에 민병헌이 들어섰다.

올 시즌 민병헌의 타격 기록은 커리어 최저점을 향해 가고 있다. 민병헌의 타석 때 득점 기대 확률은 현저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이미 많이 낮아진 상황. 하지만 민병헌은 이 한 타석을 무기력하게 보내려고 하지 않았다.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타석을 접근했다.
NC 마무리 원종현을 상대로 초구에 기습적인 스퀴즈번트를 시도했지만 파울이 됐다. 2구 째 148km 패스트볼에는 헛스윙을 했다. 2스트라이크로 불리한 상황에 몰렸다. 이후 끈질기게 달라붙었다. 3구와 4구 유인구를 침착하게 참아내 2볼 2스트라이크를 만들었다. 이후 5구 150km 투심을 파울로 걷어냈고 뒤이어 들어온 슬라이더도 커트했다. 그리고 7구 째 슬라이더를 참아내며 풀카운트까지 끌고 갔고 결국 마지막 볼 한 개도 참아내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가장 불리한 카운트에서 민병헌이 집중력과 간절함을 모두 보여주면서 1사 만루 기회로 연결을 시켰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준태의 좌중간 결승타 때는 1루에서 전력질주를 하면서 홈까지 밟았다. 득점을 향한 의지, 그리고 간절함이 표출이 된 민병헌의 10회였다.
풀리지 않는 시즌이라도 민병헌은 자신의 힘이 닿는데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고 주장으로서 헌신을 하고 있다. 팀이 필요할 때 묵묵하게 역할을 해준다. 기회들을 살리지 못하고 있고 부진이 길어지고 있지만 허문회 감독이 민병헌의 고충을 이해하면서 여전히 신뢰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허문회 감독은 민병헌이 헌신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민)병헌이에게 힘들면 언제든지 얘기를 하라고 했다. 우승도 해보고 누릴 것을 다 누려본 선수다. 그럼에도 팀을 위해서 열심히 해주고 움직여줄 때 너무 고맙다. 승패나 성적을 떠나 안되더라도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지난 8일 2-14로 대패를 당했을 때도 선발에서 제외된 민병헌은 경기 중반 교체 투입이 됐는데, 이 역시 군말 없이 따라줬고 수비에서도 최선을 다해줬다는 것에 고마움을 느낀 허문회 감독이다.
민병헌의 현재 페이스로 봤을 때 올 시즌은 슬럼프와 함께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 타격에서 극적인 반등의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자신의 것만 챙기고 자포자기 할 수도 있는 시즌이다. 그러나 민병헌은 어떻게든 팀을 위해 헌신하면서 간절하게 그라운드에 나서고 있다. 기록으로 나타나지 않는 가치의 힘을 민병헌이 보여주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