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가 큰 힘이 됐다.”
SK가 지긋지긋한 11연패를 끊어낸 10일 대전 한화전. 승리투수가 된 박종훈(29)은 한 팬에게 특별한 고마움을 전했다. 전날(9일) 구단을 통해 강원도 인제에서 박종훈에게 전달된 한 통의 손편지와 책갈피가 그의 마음을 울렸다.
박종훈은 “강원도 인제의 어떤 팬 분께서 편지를 보내주셨다. 편지가 큰 힘이 됐다”며 “편지 내용은 ‘언제나 응원한다. 잘하든 못하든 아프지 말고 항상 웃으면서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보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 ‘놓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SK는 창단 후 가장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창단 첫 해였던 2000년 이후 무려 20년 만에 구단 최다 타이 11연패를 당했다. 시즌 초반 10연패에 이어 한 시즌에만 두 번의 두 자릿수 연패로 꼴찌 추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염경엽 감독도 건강 문제가 재발하며 시즌 아웃됐다.

창단 후 20년간 한국시리즈 우승 4회, 준우승 4회로 늘 상위권에 있었던 SK의 추락은 팬들에게도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다. 박종훈도 “팬들을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이 첫 번째다. 멋진 플레이, 좋은 플레이를 실수 없이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다. 마음이 아프다”며 고개를 숙였다.
역전 스리런 홈런으로 팀 최초 12연패 불명예를 막은 ‘주장’ 최정도 겪어보지 못한 시련이다. 그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양말을 올려 신는 농군 패션을 제안했다. 공수교대 때는 고교생처럼 전력 질주를 주문했다. 기본으로 돌아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치기 위해서였다.
최정은 “연패 기간 선수들이 많이 힘들었다. 연패를 끊기 위해 여러 가지로 변화를 줬는데 승리할 수 있어 기쁘다. 경기가 많이 남지 않았지만 매 경기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후에도 선수단 미팅을 통해 “밝게, 재미있게 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이끌고 있는 박경완 감독대행도 팬들에 죄송한 마음부터 전했다. 박경완 대행은 “연패가 길어져 실망하셨을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나를 비롯해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겠다”며 “선수들이 시즌 마지막까지 긍정적으로 생각으로 임해줬으면 한다”고 당부의 날을 남겼다.

최악의 시즌으로 고개 숙인 SK이지만 야구는 올해만 하고 끝날 게 아니다. 다음을 위해서라도 시즌 마무리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멀리서나마 응원을 보내고 있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