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에서 날아온 손편지, '11연패' SK 일깨웠다 [오!쎈 대전]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09.11 05: 10

“편지가 큰 힘이 됐다.”
SK가 지긋지긋한 11연패를 끊어낸 10일 대전 한화전. 승리투수가 된 박종훈(29)은 한 팬에게 특별한 고마움을 전했다. 전날(9일) 구단을 통해 강원도 인제에서 박종훈에게 전달된 한 통의 손편지와 책갈피가 그의 마음을 울렸다. 
박종훈은 “강원도 인제의 어떤 팬 분께서 편지를 보내주셨다. 편지가 큰 힘이 됐다”며 “편지 내용은 ‘언제나 응원한다. 잘하든 못하든 아프지 말고 항상 웃으면서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편지를 보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 ‘놓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감사했다”고 말했다. 

11연패를 끊은 SK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ksl0919@osne.co.kr

SK는 창단 후 가장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창단 첫 해였던 2000년 이후 무려 20년 만에 구단 최다 타이 11연패를 당했다. 시즌 초반 10연패에 이어 한 시즌에만 두 번의 두 자릿수 연패로 꼴찌 추락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염경엽 감독도 건강 문제가 재발하며 시즌 아웃됐다. 
7이닝을 1실점으로 마무리한 SK 선발 박종훈이 더그아웃에서 선수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ksl0919@osne.co.kr
창단 후 20년간 한국시리즈 우승 4회, 준우승 4회로 늘 상위권에 있었던 SK의 추락은 팬들에게도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다. 박종훈도 “팬들을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이 첫 번째다. 멋진 플레이, 좋은 플레이를 실수 없이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다. 마음이 아프다”며 고개를 숙였다. 
역전 스리런 홈런으로 팀 최초 12연패 불명예를 막은 ‘주장’ 최정도 겪어보지 못한 시련이다. 그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양말을 올려 신는 농군 패션을 제안했다. 공수교대 때는 고교생처럼 전력 질주를 주문했다. 기본으로 돌아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뭉치기 위해서였다. 
최정은 “연패 기간 선수들이 많이 힘들었다. 연패를 끊기 위해 여러 가지로 변화를 줬는데 승리할 수 있어 기쁘다. 경기가 많이 남지 않았지만 매 경기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후에도 선수단 미팅을 통해 “밝게, 재미있게 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SK는 1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와의 원정경기를 5-1로 승리했다. 최정의 역전 결승 스리런 홈런을 쳤고, 박종훈이 7이닝 1실점 호투로 8승째를 따냈다. 경기 종료 후 SK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ksl0919@osne.co.kr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이끌고 있는 박경완 감독대행도 팬들에 죄송한 마음부터 전했다. 박경완 대행은 “연패가 길어져 실망하셨을 팬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 나를 비롯해 모든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겠다”며 “선수들이 시즌 마지막까지 긍정적으로 생각으로 임해줬으면 한다”고 당부의 날을 남겼다. 
승리가 확정된 순간 SK 박경완 대행이 더그아웃에서 코치진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ksl0919@osne.co.kr
최악의 시즌으로 고개 숙인 SK이지만 야구는 올해만 하고 끝날 게 아니다. 다음을 위해서라도 시즌 마무리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멀리서나마 응원을 보내고 있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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