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막아도 마음 무거운 SK 박종훈, “누구 탓을 하겠는가”
OSEN 홍지수 기자
발행 2020.09.11 14: 12

SK 와이번스 ‘잠수함’ 투수 박종훈이 팀을 구했다. ‘최악’을 막았다.
SK는 10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원정 경기에서 5-1 승리를 거뒀다. ‘해결사’ 최정이 역전 결승 스리런을 날렸고, 선발 등판한 박종훈이 7이닝 동안 5피안타 2볼넷 1사구 5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8승째를 거뒀다. 
박종훈은 ‘한화 킬러’ 면모를 이어 갔다. 올 시즌 8승 중 4승이 한화 상대로 거둔 것이다. 지난 2017년 4월16일 대전 경기부터 한화전 15연승 행진. 지난 1988~1995년 롯데 상대로 20연승을 질주했던 해태 선동렬 이후 역대 단독 2위 기록이다. 

SK가 한화를 꺾고 11연패 늪에서 벗어났다. 박종훈이 7이닝 1실점 호투로 8승째를 따냈다. 경기 종료 후 SK 박경완 대행과 박종훈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ksl0919@osne.co.kr

SK는 박종훈과 최정의 활약에 힘입어 간신히 연패 사슬을 끊었다. 지난달 18일 문학 KIA전부터 이어진 팀 최다 타이 11연패를 당한 상황이었다. 12연패 ‘최악’은 피했다. 
팀의 긴 연패 사슬도 끊고, 최근 3연패 중이던 박종훈은 모처럼 웃을 수 있는 날이었지만,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올 시즌 팀 상황이 좋지 않은데, 1991년생인 그에게 큰 책임감이 생겨버렸다. 
선수단에서 ‘연결 고리’ 노릇을 해야 한다. 박종훈 위에는 형들이 여럿 있는데, 이제 후배들도 많다. 팀 성적이 좋지 않아 힘들지만, 그래도 분위기가 너무 처지지 않도록 중간에서 할 일이 많다. 그리고 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크다. 외국인 투수 1명은 떠났고, 남아 있는 리카르도 핀토는 선발 몫을 전혀 해주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박종훈이 올 시즌에는 1선발 노릇을 하고 있다. 연패를 끊어야 하고, 연승도 노려봐야 한다. 더그아웃에서 할 일도 참 많다. “힘들다”는 박종훈의 말 한마디는 솔직하게 들려온다.
박종훈은 한화전이 끝나고 OSEN과 전화 통화에서 “누구 탓을 하겠는가. 선수들이 잘 못한 거다”라며 팀 성적에 대한 책임을 누구보다 강하게 안고 있었다. “이기려고 하는 마음이 너무 커지니 오히려 더 어려워지고 있다. 1점만 줘도 ‘큰일이다’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고 말했다. 
쫓기고 있다는 것이다. 꼬여버린 올 시즌, 성적에 대한 부담이 마운드에서 큰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광현 공백은 이제 따질 때가 아니다. 다만 외국인 투수 ‘실패’로 박종훈, 문승원 등 ‘토종’ 선발 요원들에게 부담이 더해지고 있다.
하지만 박종훈이 말 한대로 누구 탓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박종훈은 “지난 시즌에 ‘안 된다. 안 된다’고 해도 평균자책점이 3점대(3.88)였는데…”라며 “올해 너무 안 풀리고 있다”고 답답한 심경을 털어놨다.
그래도 ‘포기’는 없다. 프로의 자존심이다. 비록 ‘가을 야구’는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지만 끝까지 자기 몫은 해내야 한다.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도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팬들 없는 텅 빈 야구장, 의지했던 형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없지만 시즌 끝까지 박종훈은 조금이라도 더 보탬이 되고자 마음먹고 있다. /knightjis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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