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안치홍과 민병헌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그동안 극심한 타격 부진 탓에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이들은 10일 사직 삼성전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롯데는 7회 9득점 빅이닝을 완성하며 13-8 대역전극을 장식했다.
7번 2루수로 나선 안치홍은 4회 좌월 1점 홈런을 포함해 5타수 4안타(1홈런) 3타점 2득점으로 해결사 본능을 제대로 발휘했다. 민병헌은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지 못했으나 6회 교체 투입 후 3안타를 몰아치며 1타점 2득점을 올렸다.
승부욕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안치홍과 민병헌은 그동안 만족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늘 마음이 무거웠다.
그럴 때마다 허문회 감독은 안치홍과 민병헌을 감싸 안았다.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마음 아파하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허문회 감독은 안치홍이 1일 수원 KT전에서 삼중살을 기록한 뒤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도 삼중살을 치는데 너무 마음 쓸 것 없다"고 다독였다.
허문회 감독은 안치홍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면 "안치홍은 실력이 없는 선수가 아니다. 머릿속이 약간 복잡한 것 같은데 빨리 털고 일어나길 바란다"고 한결같은 믿음을 보냈다.
민병헌을 향한 마음도 마찬가지. 허문회 감독은 "민병헌에게 힘들면 언제든지 이야기하라고 했다. 민병헌은 우승도 해보고 누릴 것을 다 누려본 선수다. 그런데도 팀을 위해 열심히 해주고 움직여줄 때마다 정말 고맙다. 승패나 성적을 떠나 안되더라도 솔선수범하는 모습이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안치홍과 민병헌은 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선수단 분위기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선수다. 롯데의 원클럽맨은 아니지만 실력, 성품, 노력 등 좋은 선수가 갖춰야 할 덕목을 고루 갖췄다.
롯데의 5강 진출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안치홍과 민병헌이 10일 경기를 계기로 제 모습을 되찾는다면 '9치올(9월부터 치고 올라간다)'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마음의 짐을 훌훌 털어내고 다시 뛰면 된다. 그동안 해왔던 대로 말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