릭 밴덴헐크(소프트뱅크 호크스)는 삼성 팬들이 기억하는 구단 역대 최고의 외국인 투수다.
2013년 삼성에 입단한 밴덴헐크는 7승 9패(평균 자책점 3.95)에 그쳤으나 이듬해 13승 4패(평균 자책점 3.18)를 거두며 통합 우승에 큰 공을 세웠다. 밴덴헐크는 실력, 인성, 친화력, 팬서비스 등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었다.
밴덴헐크의 아내 애나의 인기도 상상 이상이었다. 밴덴헐크가 선발 등판할 때마다 야구장을 찾아 남편을 응원하는 애나는 연예인 버금가는 외모로 큰 인기를 누렸다. TV 중계화면에 잡힌 애나의 모습이 캡처 사진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돌아다닐 정도다. "밴덴헐크보다 애나가 더 인기가 많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삼성의 외국인 투수 잔혹사가 반복될 때면 밴덴헐크를 그리워해야만 했다. 하지만 올해부터 밴덴헐크 앓이는 접어둬도 된다. 데이비드 뷰캐넌이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삼성의 새 식구가 된 뷰캐넌은 23경기에 등판해 14승 6패(평균 자책점 3.62)를 거뒀다. 20일 대구 키움전에서 6이닝 7피안타 3볼넷 4탈삼진 3실점으로 시즌 14승째를 거두며 밴덴헐크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야구만 잘하는 게 아니다. 덕아웃의 분위기 메이커로서 만점 역할을 하고 있다.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성격인 줄 알았는데 흥과 끼가 넘치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다. 중계 카메라 앞에 서면 스포테이너가 된다.
리듬에 맞춰 춤을 추거나 다양한 표정을 선보인다. 동료들 사이에서 숨바꼭질을 즐기고 매서운 눈빛으로 무술 동작을 취할 때도 있다. 아내와 아들을 향한 사랑이 듬뿍 담긴 편지를 보내는 로맨티스트로 깜짝 변신하기도. 보면 볼수록 매력이 철철 넘친다.
밴덴헐크의 기록을 뛰어넘는 뷰캐넌은 스캇 베이커가 세운 구단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 경신에 도전한다. 1998년 삼성에 입단한 좌완 베이커는 26차례 마운드에 올라 15승 7패를 거뒀다. 평균 자책점은 4.13.
현재 추세대로라면 뷰캐넌이 구단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의 새 주인공이 될 가능성은 아주 높다.
뷰캐넌은 "사실 (구단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 경신에 대한) 욕심은 나지만 계속 그 기록을 의식하게 되면 안 될 것 같다. 나의 가장 큰 목표는 매 선발 등판할 때마다 최소 실점하면서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팀에 이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뷰캐넌은 또 "안타깝게도 포스트시즌 진출과 좀 멀어졌지만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하고 최대한 팀 승리에 많이 기여하면서 시즌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뷰캐넌이 베이커의 15승 기록을 꼭 넘어서길 바란다". 허삼영 감독도 뷰캐넌의 구단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승 경신을 응원했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