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감독 겸 주장할까" 오재일 침묵에 웃을 수 없는 농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09.23 08: 16

“내가 감독 겸 주장을 할까?”
두산 주장 오재일(34)의 갑작스런 부진에 김태형 감독이 이렇게 말했다. 애써 웃으며 던진 농담에는 깊은 고민이 담겨 있었다. 올 시즌 내내 부진 끝에 주장 완장을 반납한 오재원에 이어 오재일마저 침묵에 빠진 것이다. 
오재일은 지난 9일 주장 완장을 찬 이후 11경기에서 44타수 5안타 타율 1할1푼4리 무홈런 2타점 11삼진 4병살타 OPS .340으로 부진하다. 주장이 되기 전까지 85경기 타율 3할3푼9리 14홈런 67타점 OPS .943으로 중심타선을 이끌던 오재일이 아니다. 

2회초 무사 1루 두산 오재일이 타격을 하고 있다. /youngrae@osen.co.kr

22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김태형 감독은 “오재일이 주장을 이어받은 뒤로 안 좋다. 내가 주장 겸 감독할까?”라며 웃을 수 없는 농담을 던진 뒤 부진 이유에 대해서 “아무래도 주장을 맡은 영향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희생해야 하는 자리다. 부담이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태형 감독도 현역 시절 주장을 오래 맡아 그 부담을 잘 안다. 김 감독은 “예전 만큼은 아니더라도 주장의 한마디가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감독이나 코치가 지시하는 것과 또 다른 영역이 있다. 지금도 선수들끼리 뭔가 해보자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주장의 역할이다”고 설명했다. 
오재일이 투런 홈런을 때린 뒤 김태형 감독과 손등 터치를 하고 있다. /youngrae@osen.co.kr
김 감독은 오재일이 느끼는 부담이 훨씬 클 것으로 봤다. 그는 “나는 (포수 자리에서) 이도형과 홍성흔을 백업하면서 주장을 했다. (선수로서 개인 욕심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주장을 했다”며 “오재일은 시즌 후 FA가 된다. 주장이라고 해서 안 좋은 성적을 다른 것으로 보상해주진 않는다”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했다. 
올 시즌을 마치면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는 오재일에겐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 그래서 김 감독도 무거운 주장직을 맡긴 것에 미안한 마음이 있다. 22일 한화전에는 타순을 시즌 첫 6번으로 내려 부담을 덜어줬다. 
그러나 이날도 오재일은 2회 무사 1루 첫 타석에서 초구에 투수 앞 땅볼을 치며 1-6-3 병살타로 물러났다. 최근 3경기 연속 포함 5경기에서 병살타 4개. 5회와 7회 헛스윙 삼진을 당한 뒤 9회에도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오재일의 4타수 무안타 침묵 속에 두산도 최하위 한화에 1-5로 패했다. 
두산 선수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youngrae@osen.co.kr
두산은 오재일이 주장을 맡은 이후 12경기에서 3승8패1무로 10개팀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내고 있다. 이 기간 리그 최소 3.63득점으로 타격 침체가 뼈아프다. 힘겨운 5강 싸움으로 내몰린 두산으로선 주장 오재일의 부활이 매우 절실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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