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지형준 기자] 2007년 10월 26일. 이날은 SK의 에이스 탄생을 알리는 날이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KK’ 김광현의 이야기다.

SK 와이번스 박경완 감독대행은 구단 최고의 에이스로 꼽히는 김광현과 가장 많은 호흡을 맞췄던 포수다. 박경완 대행은 이날의 경기를 김광현 최고의 경기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역대 베스트였다. 그날 이후로 그런 공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김광현 최고의 경기 단 한 경기를 꼽으라면 2007년 한국시리즈 4차전을 꼽을 것이다 그 경기는 잊을 수 없다. 아직도 공들이 생생하다”면서 “이런 공을 던질 수 있구나 라고 생각했고, 내가 사인을 내는데도 ‘이 공은 칠 수 없을 것이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전했다.


SK 고졸신인 김광현은 이날 생애 첫 한국시리즈 선발로 등판하게 된다.


경기를 앞둔 김광현은 "겉으로는 안 떨리는 척하는데 다리가 후들후들거린다"고 긴장된 기색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내 "상대 선발투수가 다니엘 리오스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부담이 없다"고 각오를 보였다.





골리앗과 다윗의 대결. 승부는 어땠을까? 1차전 완봉승을 이끈 리오스의 승리를 누구도 의심치 않았다. 시즌 고작 3승에 그친 김광현은 지더라도 본전이었다. 하지만 대이변이 벌어졌다. 한국시리즈 첫 선발 등판에 나선 19살짜리 김광현의 완전한 승리였다. 김광현의 쾌투와 조동화-김재현의 랑데부 홈런포에 힘입어 4-0으로 승리. 시리즈 전적 2승2패 원점.


깜짝 선발로 나온 김광현은 최고구속 151km의 광속구를 앞세워 두산 타선을 잠재웠다. 방망이가 깨질 정도의 묵직한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등 변화구를 안정된 컨트롤로 구사, 5회까지 두산 강타선을 노히트 노런으로 틀어막는 위력을 뽐냈다. 6회 1사 후 이종욱에게 첫 안타를 내줄 때까지 볼넷 2개만을 허용했다.

8회 1사후 마운드를 조웅천에게 넘길 때까지 7⅓이닝 1피안타 2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9탈삼진은 신인 투수 한국시리즈 한 경기 최다 탈삼진(종전은 작년 한화 류현진 7개)을 기록했다. 또 한국시리즈 첫 등판서 첫 승을 신고하며 4차전 MVP에 선정돼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사실상 김광현은 김성근 감독의 버리는 카드였다. 승산이 없는 리오스를 피하고 5~6차전에서 레이번과 채병룡을 앞세워 승부를 걸고 7차전까지 가겠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2007년 10월 26일, 이날 이후 SK의 에이스는 언제나 김광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