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점차 세이브 상황. LA 다저스 마무리투수 켄리 잰슨(33)은 마운드가 아닌 불펜에 머물렀다. 몸도 풀지 않은 채 외야 불펜 의자에 앉아 경기를 지켜봤다. 자신을 대신해 마무리로 투입된 브루스더 그라테롤의 첫 세이브를 바라봐야 했다.
다저스는 2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시리즈(NLWC) 2차전을 3-0으로 이겼다. 선발 클레이튼 커쇼가 8이닝 3피안타 1볼넷 13탈삼진 무실점 위력투를 펼치며 팀의 2연승과 디비전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커쇼의 호투만큼 눈길을 끈 장면은 9회초였다. 3-0으로 앞선 저스는 커쇼를 내리고 불펜을 가동했다. 3점차 세이브 상황, 정상적이었다면 잰슨이 나설 차례였지만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의 선택은 그라테롤이었다. 다저스 이적 첫 시즌을 보낸 그라테롤은 23경기 1승2패7홀드 평균자책점 3.09를 기록했지만 세이브는 없었다.
![[사진] 로버츠 감독(왼쪽)이 잰슨(가운데)에게 공을 넘겨받고 있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https://file.osen.co.kr/article/2020/10/02/202010021556777341_5f76d0a55099f.jpg)
마무리 경험이 없는 그라테롤은 첫 타자 아비사일 가르시아에게 안타를 맞았다. 그러자 다저스 불펜이 분주해졌다. 우완 블레이크 트레이넨, 좌완 빅터 곤살레스가 몸을 풀었지만 잰슨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후속 3타자를 범타 요리한 그라테롤이 포스트시즌에 데뷔 첫 세이브를 기록하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로버츠 감독은 왜 잰슨을 쓰지 않았을까. 전날(1일) 열린 1차전에서 4-2로 앞선 9회초 등판한 잰슨은 볼넷 1개를 내줬지만 삼진 하나를 결들여 무실점 세이브를 올렸다. 투구수도 16개로 많지 않았으나 주무기 커터의 평균 구속이 88.1마일로 시즌(80.9마일) 때보다 4.5km가량 감소하며 불안감을 키웠다.
![[사진] 9회초 불펜을 지킨 잰슨 /MLB TV 중계화면 캡처](https://file.osen.co.kr/article/2020/10/02/202010021556777341_5f76d12327133.png)
결국 2차전 9회초 3점차 상황에서 로버츠 감독은 잰슨을 외면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잰슨과 관련한 질문이 나왔다. 로버츠 감독은 “잰슨을 쓸 수 있었지만 같은 타자들과 상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며 “지금까지 그라테롤을 보지 못한 타자들에 맞춰 그를 쓰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버츠 감독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날 그라테롤이 상대한 밀워키 타자 중 전날 잰슨과 대결한 선수는 옐리치가 유일했다. 그 옐리치도 잰슨에게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가르시아, 다니엘 보겔백 그리고 대타로 교체되기 전 라이언 힐리는 잰슨을 상대하지 않았다.
결국 잰슨에 대한 믿음 부족으로 결론이 난다. 로버츠 감독은 1차전을 마친 뒤 잰슨에 대해 “구위가 안 보였다. 비디오를 다시 돌려봐야겠지만, 커터가 존에서 살아움직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튿날 세이브 상황에서 잰슨을 외면서 사실상 마무리 자리를 박탈한 분위기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은 마무리 교체를 공식화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 마무리는 잰슨이다. 앞으로 우리를 위해 많은 경기를 마무리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베테랑 예우에 가까운 코멘트. 눈에 띄게 떨어진 잰슨의 구속에 로버츠 감독의 신뢰도 바닥을 치고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