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마치면 슬프지 않겠냐” 허경민 부진 깬 ‘새 캡틴’ 한 마디 [오!쎈 잠실]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20.10.03 06: 03

“‘이렇게 시즌을 마치면 슬프지 않겠냐’라고 하는데 마음에 많이 와닿았네요.”
허경민(30・두산)은 2일 잠실 KIA전에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친 그는 4-3으로 앞선 6회말 만루에서 싹쓸이 2루타를 날렸다. 8회말에도 2타점 적시타를 추가하면서 3안타 5타점으로 이날 경기를 마쳤다. 두산은 14-3으로 대승을 거두며 2연패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6위에서 KIA와 다시 공동 5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부진을 완벽하게 털어낸 활약이었다. 이날 경기 포함 96경기에서 타율 3할3푼을 기록한 허경민은 9월 한 달동안 타율 2할2푼9리에 머물렀다. 지독한 타격 슬럼프에 빠졌던 9월이었지만, 10월 진입과 동시에 멀티히트와 3안타로 활약하면서 다시 타격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허경민은 "이런 날도 있어야하지 않나"라며 미소를 지었다.

허경민의 타격감 회복에는 ‘새 주장’ 오재일의 한 마디도 한 몫했다. 두산은 최근 2017년 포스트시즌부터 주장을 해오던 오재원 대신 오재일로 주장을 교체했다. 부상과 부진이 겹친 오재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함이었다.
허경민은 “최근 (오)재일이 형이 한 번 미팅을 했는데, ‘이렇게 시즌을 마무리하면 슬플 것 같지 않냐’라는 말을 했다. 이 말이 많이 와닿았다”라며 “21경기가 남았는데, 그보다 더 많이 함께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2할로 침묵한 오재일이었지만, 이날 경기에서만큼은 허경민의 활약을 이끈 명품 조연이 됐다. 허경민이 3타점 2루타를 날리기 직전 오재일은 대타로 나와 3-3으로 맞선 만루 상황에서 침착하게 볼넷을 골라내며 밀어내기로 리드를 가지고 왔다. 허경민은 “앞에서 역전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낸 덕분에 마음 편하게 타석에 들어설 수 있었다. 아마 동점이었다면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허경민은 “지금의 순위가 낯설게 느껴질 분들도 많으실 것이다. 선수로서 현실로 받아들이고, 더 노력해 나아질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오늘의 좋은 타격이 앞으로 좋은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bellsto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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