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만 오면 유독 더 작아진다. 한화의 부산 악몽이 무려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주중 대전 홈에서 두산을 2승1패 위닝시리즈로 제압한 한화의 기세가 부산에 와서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2~3일 사직 롯데전에서 연이틀 패했다. 2일 경기는 7회까지 1-1 동점으로 맞섰으나 8회 마무리 정우람이 무너졌고, 3일 경기는 1회부터 선발 장시환이 6점을 내주며 10점차 완패를 당했다.
한화는 올해 사직 원정 7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시즌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시점에서 특정 구장 승리가 없는 팀은 한화 외에 창원 NC전 7전 전패 중인 KT밖에 없다. KT의 경우 2016년, 2018년 마산에서 NC에 우위를 보였지만 한화는 2011년부터 무려 10년째 사직 원정 열세다. 이 기간 한화가 암흑기였다는 것을 감안해도 유독 심하다.

2010년 3승2패 우위를 끝으로 사직구장에서 한 번도 승률 5할 이상 시즌이 없었다. 2012년에는 9경기에서 무승부 한 번을 했을 뿐 승리 없이 8패만 안았다. 이 기간 유일하게 가을야구에 진출한 2018년에도 사직에선 3승5패로 약했다.
최근 10년간 사직 원정 73경기에서 3연전 싹쓸이 패배 4차례, 2패 루징시리즈가 9번. 총 15승57패1무로 승률이 2할8리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대전 홈에서 롯데 상대로 77경기 42승34패1무 승률 5할5푼3리로 우위였다는 점에서 더욱 아이러니하다.
올 시즌은 특히나 더 무기력하다. 7경기에서 15득점-55실점으로 득실점 마진이 -40에 달할 만큼 상대가 되지 않았다. 지난 6월10일 경기에서 유일하게 선취점을 냈지만 같은 이닝 수비 때 역전을 허용했다. 나머지 6경기에선 리드 한 번 잡지 못한 완패였다.
노시환(.077) 이성열(.091) 노태형(.154) 최인호(.158) 정진호(.167) 등이 사직에서 1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들이 타율 2할도 넘지 못했다. 워윅 서폴드(6.97) 김민우(7.36) 장시환(11.25) 등 선발투수들도 사직만 오면 초반부터 난타 당하며 경기 흐름을 내줬다.
설상가상으로 3일 경기에선 부상자까지 발생했다. 리드오프 노수광이 8회 진명호의 몸쪽 공에 스윙이 나오는 과정에서 왼쪽 손목 아래를 맞아 교체됐고, 검진을 위해 병원으로 이동했다. 노수광은 최근 8경기 25타수 8안타 타율 3할2푼으로 타격감을 회복 중이었다. 노수광이 부상으로 이탈하면 한화 타선도 큰 타격을 받는다.

한화는 4일 사직구장에서 롯데와 시즌 마지막 대결을 치른다. 3년차 좌완 박주홍을 선발로 내세워 사직 악몽 끊기에 나선다. 3일 경기 대패로 불펜을 아낀 만큼 총력전이 가능하다. 5위를 추격하고 있는 7위 롯데도 물러설 수 없는 경기로 외국인 투수 애드리안 샘슨이 선발등판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