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전이 너무 약하다.’ 그간 로그의 탑 라이너 ‘핀’ 비에스톨에게 꼬리표처럼 붙어다녔던 말이다. 각종 지표에서 드러나듯이 ‘핀’의 초반 전투력은 ‘LOL 유로피안 챔피언십(이하 LEC)’ 내에서 최하위권이다. 오죽하면 2020 서머 스플릿 로그가 정규 시즌 1위를 차지했음에도 ‘핀’은 ‘올 프로 팀’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LOL은 팀 게임이기 때문에 탑의 초반 부족함을 다른 팀원들이 메운다면 충분히 승리를 만들 수 있다. 지난 3일(이하 한국시간) 로그는 중국 상하이 미디어 테크 스튜디오에서 벌어진 ‘2020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그룹 스테이지 PSG전에서 전략적으로 ‘핀’에게 단단한 말파이트를 쥐어준 뒤, 미드-봇의 힘을 바탕으로 첫 승을 따냈다. PSG의 탑 라이너인 ‘하나비’ 쑤자샹은 에이스 다운 전투력으로 팀의 그룹 스테이지 진출을 이끌었으나 탄탄하게 가드를 올린 ‘핀’을 뚫지 못했다.
중요한 첫 경기에서 탑 라인의 불리함을 밴픽과 상성으로 극복한 로그는 4일 3번째 매치에서 담원과 만난다. ‘핀’은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에서 맹장(猛將)으로 평가 받는 ‘너구리’ 장하권을 상대로 버텨낼 수 있을까. 아쉽게도, 데이터는 장하권 쪽으로 활짝 웃고 있다. 2020 LCK 서머 시즌 ‘퍼스트 탑’을 수상한 장하권은 라인전 지표인 15분 성적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LOL e스포츠 데이터 분석가 ‘빈지’ 벤자민 롤카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0 서머 시즌 장하권은 15분 CS 리드(+11.1), 15분 골드 리드 확률(81%), 15분 평균 데스(1.2) 등 라인전 지표에서 레벨이 다른 성적을 냈다. 이에 비해 ‘핀’의 성적은 매우 초라하다. 15분 CS 리드(-11.6), 15분 골드 리드 확률(34.5%), 15분 평균 데스(1.7) 등 라인전 지표가 전체적으로 낮다. 산술적으로 15분 간 두 선수를 가만히 놔두면 CS 격차는 20이 넘게 벌어지는 셈이다.
LCK 팀들이 담원을 상대하기 위해 자주 선보였던 공략법인 ‘너구리 사냥’ 또한 쉽게 통하지 않을 전망이다. 2019 서머 시즌 장하권의 15분 평균 데스는 1.7이었으며, 1년 만에 초반 불안정성을 크게 줄였다. 장하권의 영리함은 지난 3일 경기에서도 잘 드러났다. 징동은 게임의 혈을 뚫기 위해 탑 라인으로 이동했는데, 장하권은 기동성이 뛰어난 카밀을 선택했어도 방심하지 않았다.
‘핀’이 ‘너구리’ 장하권을 상대로 버텨낼 수만 있다면 로그는 하체를 중심으로 반격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로그의 ‘라센’ 에밀 라르손은 G2의 에이스 ‘캡스’ 라스무스 뷘터와 호각을 다툴 정도로 뛰어난 미드 라이너다. 봇 듀오 또한 경험을 바탕으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선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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