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이대호가 점찍은 연습생, KBO 39년 새 역사 쓰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10.05 05: 18

6년 전 이대호(38)가 점찍은 선수가 있었다. 드래프트 지명을 받지 못한 무명의 연습생, 육성선수 신분이었지만 “타격폼이 좋다”는 칭찬 한마디를 했다. 그 선수가 6년의 시간이 흘러 KBO리그 39년 역사상 최초의 대기록을 세웠다. 롯데의 무명 내야수 오윤석(28)이 그 주인공이다. 
오윤석은 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홈경기에 1번타자 2루수로 선발출장, 만루 홈런 포함 5타수 5안타 7타점으로 대폭발했다. 만루 홈런부터 5안타, 7타점 그리고 사이클링 히트까지 모두 데뷔 후 처음이었다. 
1회 첫 타석부터 8구 승부 끝에 좌중간 2루타로 포문을 연 오윤석은 2회 좌전 적시타로 일찌감치 멀티히트에 성공했다. 이어 3회에는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만루포로 데뷔 첫 그랜드슬램 손맛을 봤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여세를 몰아 5회 우중간 가르는 1타점 3루타로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했다. 리그 역대 27번째, 롯데 구단 3번째 대기록으로 역대 최소 타이 5이닝, 4타석 만에 달성한 사이클링 히트. 무엇보다 만루 홈런이 포함된 사이클링 히트는 KBO리그 39년 역사 통틀어 최초였다. 
[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경기고-연세대 출신으로 지난 2014년 육성선수, 이른바 ‘연습생’ 신분으로 롯데에 입단한 오윤석의 가능성을 눈여겨본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이대호. 당시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소속으로 비시즌마다 친정팀 롯데 선수들이 있는 상동에서 훈련한 이대호는 무명의 신인 오윤석을 보곤 “폼이 좋다”고 칭찬했다. 
단순히 기를 살려주기 위한 코멘트로 여겨졌지만 6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이대호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되고 있다. 지난해 1군 76경기를 뛰며 조금씩 이름을 알린 오윤석은 올해 45경기에서 타율 3할5푼5리 38안타 3호먼 26타점 19볼넷 출루율 .457 장타율 .505 OPS .962로 기대 이상 깜짝 활약을 하고 있다. 
주전 2루수 안치홍이 부상과 부진으로 주춤한 9월부터 오윤석의 출장 기회가 대폭 늘어났다. 9월 이후 20경기에서 총 6번의 멀티히트 포함 타율 4할3푼8리 21안타 3홈런 17타점 OPS 1.241로 무섭게 폭발 중이다. 연봉 4000만원의 백업 선수가 ‘거물 FA’ 안치홍을 밀어낼 기세다. 
롯데 오윤석./ksl0919@osen.co.kr
조금씩 주전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오윤석에게 사이클링 히트는 믿기지 않는 현실이었다. 그는 “꿈이라고만 생각했던 것을 이뤄 살짝 울컥했다. 기록 달성 순간 그동안 힘들었던 과정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언젠가 한 번 꼭 기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준비해왔다”고 말했다. 
6년 전 누구도 주목하지 않던 그에게 칭찬 한마디를 건넨 이대호에게도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오윤석은 “프로에 와서 내 이름이 나온 첫 기사가 이대호 선배님이 칭찬해주신 것이다. 그때 선배님은 해외(일본)에 계실 때였는데 잠깐 팀에 오셔서 같이 운동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됐는데 대선배님이 좋은 말씀까지 해주셔서 영광이었다. 직접 들은 말은 아니었지만 기사를 통해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롯데 오윤석이 선취 1타점 적시타를 날린 뒤 오태근 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ksl0919@osen.co.kr/ksl0919@osen.co.kr
오윤석의 대기록을 현장에서 지켜본 이대호도 “정말 축하한다”며 기뻐했다. 꿈 하나를 이룬 오윤석은 “선수라면 누구나 한 팀의 주전이 되는 게 가장 큰 꿈일 것이다”고 말했다. KBO리그 39년 통틀어 새 역사를 쓴 오윤석이 새로운 꿈을 향해 또 한걸음 내딛었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