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후 병문안, 잊지 못한 이승헌 "민우형 다시 붙어야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10.05 17: 10

“둘 다 잘 던졌으면 했는데…”
한화 투수 김민우(25)는 지난 5월17일 대전 롯데전에서 7이닝 2피안타(1피홈런) 3볼넷 6탈삼진 1실점 호투로 팀 승리에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경기 후 표정은 몹시 어두웠다. 이날 타구에 머리를 맞아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용마고 2년 후배 이승헌(22)을 걱정하느라 승리의 기쁨도 잊었다. 
동경하던 선배 김민우와 첫 선발 맞대결에서 2회까지 잘 던지던 이승헌, 그러나 3회 예기치 못한 사고로 끝났다. 당시 김민우는 “승헌이는 고교 때 좋아하던 후배다. 경기 전 잠깐 인사도 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둘 다 잘 던졌으면 했는데”라고 아쉬워했다. 

[사진] 이승헌-김민우 /롯데 자이언츠 제공, OSEN DB

경기 후 서둘러 이승헌이 입원한 병원으로 향한 김민우는 “승헌이가 빨리 회복돼 좋은 모습으로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미세한 두부 골절 및 출혈 소견을 받은 이승헌은 다행히 큰 이상 없이 재활을 거쳤고, 3개월 만에 실전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1군 복귀 후에도 사고 트라우마를 빠르게 극복했다. 지난달 26일 광주 KIA전에서 5이닝 3실점으로 데뷔 첫 승을 신고했고, 3일 사직 한화전에선 6이닝 4피안타 1볼넷 1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첫 퀄리티 스타트와 함께 연승에 성공했다. 특히 한화와 재대결은 사고로 얽힌 트라우마를 완전히 떨쳐내는 계기가 됐다. 이승헌은 “승리라는 결과도 좋지만 부상 이후 한화 상대로 이렇게 다시 던질 수 있어 좋았다. 트라우마가 없었다면 거짓말이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경기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사진] 이승헌 /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날 이승헌의 투구를 맞은편 덕아웃의 김민우도 지켜봤다. 이승헌은 병원까지 찾아와 걱정해주던 선배 김민우의 애타는 마음을 잊지 않았다. “다쳤을 때 형이 병원에 왔는데 코로나 (방역 지침) 때문에 병실에 들어오진 못해 전화로만 연락했다. 2군에 복귀한 후에도 연락이 와서 괜찮은지 물어봐줬다”고 고마워했다. 
이어 이승헌은 “민우형은 고교 시절 내가 롤모델로 삼았던 선배”라며 “다시 한 번 선발로 붙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쉽게 끝난 첫 맞대결을 뒤로 하고 제대로 된 리턴매치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 한화-롯데전이 4일 경기를 끝으로 종료된 만큼 내년에야 맞대결을 볼 수 있을 듯하다. 
지난 2018년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에 지명된 이승헌은 196cm 장신에서 내리꽂는 150km 안팎의 강속구가 일품. 직구 그립으로 던지지만 볼끝이 살짝 휘는 투심성 공이 위력적이다. 이승헌은 “투심 그립은 아닌데 자연스럽게 움직인다”며 “가장 자신 있는 무기는 체인지업이다. 직구 스피드가 있다 보니 체인지업으로 타이밍 싸움을 편하게 할 수 있다”고 자신하면서도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는 것은 보완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이승헌 /롯데 자이언츠 제공
허문회 롯데 감독도 이승헌에 대해 “어린 선수인데 1군에 올라와서 잘해주고 있다. 구위와 체인지업이 좋다. 위기 관리 능력도 있다. 앞으로 우리 팀의 에이스가 될 수 있는 요건을 갖췄다”고 기대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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