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의 절반이었나?
KIA 타이거즈는 주중 한화 이글스와의 4연전에서 1승3패의 저조한 성적을 거두었다. 5위 두산 베어스와 3.5경기 차로 벌어졌다. 남은 19경기에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역전은 힘들어보인다. 오히려 반 경기 차로 따라붙은 7위 롯데의 추격 걱정을 하는 상황이다.
가족들의 교통사고로 곁을 지키러 미국으로 떠난 애런 브룩스의 빈자리가 컸다. 브룩스는 힘차게 로테이션을 소화했던 에이스였다. 평균 7이닝을 2실점 정도로 막아준 특급 선발이었다. 이런 브룩스가 등판하지 못하면서 선발진의 힘이 크게 떨어졌다. 다른 부분까지 전방위적으로 충격파가 퍼졌다. 팀 전력의 절반이 빠져나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양현종과 가뇽이 6이닝 정도씩 막고 있지만 나머지 선발들이 부진이 깊다. 조기 강판의 경우가 잦아졌다. 선발투수들의 소화 이닝이 줄어들자 불펜에 하중이 쏠리고 있다. 투수들이 실점이 많아지면 야수들의 수비시간이 길어졌다. 그러면 타격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타격마저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주중 한화에게 열세에 몰린 이유도 김현수과 이민우가 3이닝도 채 버티지 못하고 강판했기 때문이다. 선발이 초반에 무너지면 경기 자체가 힘겨워진다. 그만큼 선발야구, 특히 에이스의 비중이 크다. 투수출신인 최원호 한화 이글스 감독대행은 이번 광주원정 브리핑에서 선발투수의 중요성을 이렇게 말했다.
"야구는 우리 선발투수가 잘 던지고 상대 선발투수를 무너뜨리는 싸움이다. 메이저리그가 에이스 투수들에게 연봉을 3000만 달러씩 배팅하는 이유이다. 불펜투수들은 선발투수들의 연봉이 훨씬 적다. 그만큼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선발투수의 자리이다."
KIA는 올해 시즌내내 선발투수들 때문에 기복이 있었다. 브룩스, 양현종, 가뇽, 이민우, 임기영이 중반까지는 탄탄하게 돌아갔고 성적도 3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선발진이 삐긋거리면서 중위권으로 다시 떨어졌고, 이번에 브룩스의 공백으로 힘겨운 하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브룩스는 든든한 선발의 중심축이었다. 이제 브룩스의 복귀는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새로운 선발투수들을 수혈하기도 어렵다. 현재의 마운드가 베스트이다. 결국은 기존 선발들의 파이팅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KIA가 막판 항해에서 커다란 암초를 만났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