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의 감독 선임 역사는 파격의 연속이다. 갈수록 누구도 예상 못한 카드를 꺼내든다. 손혁 감독이 물러난 뒤 감독대행으로 선임한 김창현(35) 퀄리티 컨트롤 코치도 키움이 아니라면 어느 팀에서도 생각 못했을 깜짝 발탁이다.
대전고-경희대를 거친 내야수 출신의 김창현 대행은 프로 선수 경력이 없다 2013년 전력분석원으로 키움에 입사했고, 지난 2월 대만 스프링캠프에서 퀄리티 컨트롤 코치로 선임돼 1군 코칭스태프에 합류했다. 코치 경력이 거의 없는 데이터 분석 전문가다.
더 놀라운 것은 김 대행의 나이다. 1985년생으로 만 35세로 젊다. 코칭스태프 모두 김 대행보다 나이가 많다. 1군 선수단 중에선 최고참 투수 오주원과 동갑이다. 아무리 연공서열, 기수 문화가 없어지는 추세라고 해도 우리나라 정서상 35세 감독대행이 팀을 잘 이끌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사진] 1986년 청보 감독 시절 심판에게 어필하던 허구연 해설위원 /OSEN DB](https://file.osen.co.kr/article/2020/10/09/202010092352773962_5f807bea5b752.jpg)
역대 KBO리그를 통틀어서도 최연소에 해당한다. 지금으로부터 34년 전인 지난 1986년 청보를 이끌었던 허구연 MBC 해설위원이 당시 만 35세로 역대 최연소 감독 기록을 갖고 있다. 감독 선임 날짜는 1985년 10월로 당시 만 34세. 나이는 젊었지만 허 감독은 경남고-고려대를 거쳐 실업야구에서 뛰며 국가대표 2루수로 활약했다.
프로야구 출범 후 MBC에서 인기 해설가로 명성을 쌓으며 인지도를 높인 허 감독, 그러나 감독 생활은 1년 만에 끝났다. 개막 7연패 충격 속에 5월 중도 퇴진, 6월 복귀, 8월 중도 퇴진으로 우여곡절을 겪으며 57경기 15승40패2무(.273)의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30대 젊은 감독으로 성공한 이들도 있다. 1983년 시즌 중 만 37세에 롯데 감독대행을 맡은 강병철 감독은 이듬해 정식 감독이 된 뒤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1994년 만 39세에 롯데 지휘봉을 잡은 김용희 감독도 2년차였던 1995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지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김용희 감독을 끝으로 30대 감독은 씨가 말랐다. 연륜과 경험이 필요한 프로야구 감독 자리는 아무리 파격적이어도 40대는 돼야 했다.
감독대행 신분이긴 하지만 무려 27년 만에 등장한 ‘30대 감독’이다. 신선하지만 기대보다는 걱정과 우려가 크다. 손혁 전 감독이 물러나는 과정에서 구단 고위층의 개입설이 불거졌고, 관례에 따라 수석코치나 2군 감독 또는 선임 코치가 아닌 김 대행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남은 시즌 2위 싸움은 물론 포스트시즌까지 이끌어야 하는 김 대행은 부정적 시선까지 이겨내야 하는 부담이 크다.
김 대행은 젊은 나이 핸디캡에 대해 “주위에서 나이를 우려하실 것이라 생각한다. 걱정을 하시는 것은 당연하다”며 “제가 (선수단을) 통솔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을 가질 것이다. 이 팀에 7년째 있으면서 감독님, 코치님, 선수들과 모두 소통해왔다. 더 많이 노력을 하겠다. 모든 팀 구성원들과 함께 시즌을 잘 마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대행은 데뷔전이었던 지난 8일 고척 NC전을 10-7로 이겼지만 9일 대전 한화전은 6-7로 졌다. 2위 KT에 1경기 차이로 뒤져있고, 3위 LG에 승률이 뒤져 4위로 내려앉았다. 남은 시즌 2위 싸움부터 김 대행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