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이, "올해까지 20년 뛰고 은퇴 생각했는데…라팍에서 가을야구를..." [오!쎈 인터뷰]①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20.10.13 05: 10

전 삼성 외야수 박한이와 인터뷰 약속을 잡은 뒤 어디서 만나면 좋을지 고민했다. 불현듯 최적의 장소가 떠올랐다. 박한이가 청춘을 바쳤던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현 대구복합스포츠타운 야구장)이 제격이라고 판단했다. 대구복합스포츠타운야구장 중앙 관중석에서 박한이와 마주 앉았다.
박한이는 지난해 5월 27일 아침 자녀를 등교시킨 뒤 귀가하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인근에서 접촉사고가 났다. 현장 출동 경찰이 매뉴얼에 따라 음주측정을 실시한 결과 혈중 알코올 농도 0.065%로 면허정지 수준으로 측정됐다. 박한이는 음주운전 적발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고 전격 은퇴를 선언했다.
한때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박한이의 갑작스러운 은퇴와 근황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박한이 /what@osen.co.kr

-오랜만에 와보니 어떠한가. 
▲진짜 오랜만에 왔다. 라팍(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으로 옮긴 이후 5년 만이다. 여기(관중석) 들어온 건 처음인데 기분이 묘하다. 이곳에서 야구를 보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 
-박한이에게 대구시민운동장 야구장이 주는 의미는 남다를 것 같다. 
▲1,3루 및 외야 관중석 대신 잔디가 깔린 걸 제외하면 특별히 변한 건 없다. 이곳은 내게 정말 큰 의미가 담겨 있는 아주 소중한 곳이다. 청춘을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에서 많이 웃었고 많이 울었다. 진짜 남다를 수밖에 없다. 수많은 기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은 언제인가.  
▲이곳에서는 아쉬운 게 별로 없다. 늘 행복했던 기억뿐이다. 라팍에서 가을 야구 한 번 하고 은퇴했으면 아주 좋았을 텐데 그게 가장 아쉽다. 
-생각했던 은퇴 시점은 언제인가. 
▲음주 운전 사건이 아니었다면 올해가 마지막이 아니었을까 싶다. 프로 데뷔 후 20년간 선수로 뛴 뒤 그만두려고 했었다. 은퇴 시점이 조금 앞당겨졌다고 믿고 싶다. 세상사는 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 
박한이 /what@osen.co.kr
-이곳에 오니까 생각나는 옛 스승이 있다면. 
▲모든 감독님께서 내게 많은 가르침을 주셨는데 특히 김응룡 감독님과 류중일 감독님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김응룡 감독님은 내가 프로 선수로서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고 류중일 감독님은 내가 부진하더라도 끝까지 믿어주셨다. 정말로 감사드린다.
-지금껏 단 한 번도 '포스트 박한이'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삼성 선수 가운데 포스트 박한이를 꼽는다면 누구인가. 혹은 포스트 박한이가 되길 바라는 선수가 있다면. 
▲언제나 묵묵히 열심히 하는 (김)헌곤이가 '포스트 박한이'가 됐으면 좋겠다. 여러 가지 장점이 많은 선수다. 올해 성적이 좋지 않지만 잘할 수 있는 선수라고 믿는다.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은가. 
▲예전부터 후배들에게 늘 말해왔는데 아파도 참을 수 있으면 참고해야 한다. 그게 익숙해지면 웬만하면 아프다는 말이 안 나온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나처럼 오랫동안 야구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조금만 아파도 빠지면 자신도 모르게 나태해진다. 나 자신에게 지는 순간 모든 게 끝장난다. 나를 이겨야 남을 이길 수 있다. 
-현역 시절 팀 공헌도 및 개인 성적만 놓고 본다면 영구결번 대상으로 손색이 없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나는 삼성 라이온즈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이 아주 강했다. 내가 돈을 먼저 생각했다면 삼성이 아닌 다른 구단으로 갔을 것이다. 세상에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아주 많다. 내겐 팀에 대한 자부심과 명예만 보고 야구를 해왔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영구결번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도 그렇게 된다면 팬들보다 내가 더 많은 눈물을 쏟아낼 것 같다. 
-삼성 경기는 한 번씩 보는가. 
▲솔직히 은퇴 직후에는 안 봤다. 나 스스로 많이 힘든 시기를 보냈는데 주변 사람들의 도움 덕분에 다시 힘을 얻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이렇게 인터뷰도 하게 됐다. 얼마 전부터 야구를 보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5년 연속 가을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많이 아쉽고 미안한 마음도 크다. 팀 성적이 좋지 않으니 더 그렇다. 나는 그라운드를 떠났지만 후배들은 아직 야구할 날이 많잖아. 우리 후배들이 정말 잘했으면 좋겠다. /what@osen.co.kr
박한이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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