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삼성 라이온즈의 일본 오키나와 캠프를 취재차 방문했을 때였다. 고된 훈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면 선수단은 모두 녹초가 돼 있었다. 창가의 불빛이 하나둘씩 꺼질 무렵 또다시 배트를 들고 숙소 앞 주차장으로 향하는 선수가 있었다.
송준석(외야수)은 룸메이트 양우현(내야수)과 함께 온몸을 땀으로 흠뻑 적신 뒤에서야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방으로 향했다. 산책하러 나왔다가 마주친 송준석에게 "피곤하지 않으냐"고 묻자 "많이 부족하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당시 오키나와 캠프에서 선수단 지원을 맡았던 구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송준석은 과거 원정 숙소 룸메이트였던 김헌곤의 영향을 받아 밤늦게까지 개인 훈련을 하는 거로 알고 있다. 좋은 선배 덕분에 자연스럽게 습관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밤늦게까지 열심히 배트를 휘두르는 송준석의 모습은 기억에 계속 맴돌았다. 참 예뻐 보였고 정말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아쉽게도 송준석은 퓨처스리그에서는 타율 3할1푼4리(207타수 65안타) 4홈런 24타점 28득점 2도루를 기록하는 등 좋은 활약을 펼쳤으나 1군 무대에서는 좀처럼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송준석은 13일 대구 SK전에서 선발 출장 기회를 얻었다. 허리 상태가 좋지 않은 구자욱 대신 2번 우익수로 나섰다. 1회 1사 후 첫 타석에 들어선 송준석은 SK 선발 리카르도 핀토에게 헛스윙 삼진을 당한 데 이어 3회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송준석은 2-3으로 뒤진 5회 대형 사고(?)를 쳤다. 2사 주자없는 가운데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선 송준석은 핀토와 볼카운트 3B1S에서 5구째를 힘껏 잡아당겼고 우중월 솔로 아치로 연결했다. 비거리는 115m. 뒤늦게 터진 올 시즌 마수걸이 홈런이었다.
삼성은 5회 송준석의 우중월 솔로포로 3-3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으나 6회 역전을 허용하는 바람에 결국 3-7로 무너졌다. 송준석은 팀 패배에 모처럼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모소 대나무는 4년 동안 3cm밖에 자라지 않지만 5년 차부터 하루에 30cm가 넘는 폭풍 성장을 하는 나무다. 모소 대나무가 이처럼 급격히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성장이 멈춘 것처럼 보인 4년 동안 땅속 깊고 넓게 뿌리를 뻗어놓았기 때문.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한 걸음씩 나아가는 송준석도 모소 대나무처럼 자라기를 기대한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