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된 GK' 서울E 강정묵이 말하는 정정용-구성윤 그리고 승격 욕심 [오!쎈 인터뷰]
OSEN 이승우 기자
발행 2020.10.14 09: 00

시즌 막판 서울 이랜드의 가파른 상승세 중심에는 준비된 골키퍼 강정묵(24)이 있다. 오랜 시간 벤치를 지켰지만 한 번 주어진 기회를 확실히 잡았다.
이번 시즌 서울 이랜드의 기세가 무섭다. 시즌 내내 중위권 이상의 성적을 유지했고, 최근 가파른 상승세로 K리그2 3위에 랭크됐다. 다이렉트 승격이 가능한 1위 가능성은 사라졌지만 승격 플레이오프(PO) 진출이 가능한 4위 이상의 성적은 가시권에 있다. 
이랜드의 성적 변화는 천지개벽 수준이다. 지난 두 시즌 동안 최하위(10위)에 머물렀지만 이제 PO 진출을 넘어 승격까지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다. 

[사진] 서울 이랜드 제공

최근 이랜드의 상승세에 기여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골키퍼 강정묵이다. 이번 시즌 출전한 경기가 6경기(리그 5경기, FA컵 1경기)에 불과하지만 PO 진출과 승격을 위한 핵심 자원이 됐다. 프로 데뷔 3년차인 강정묵은 처음으로 주전 도약의 기회를 잡았다. 
강정묵은 시즌 내내 주전 골키퍼인 김형근에 밀려있었다. 충남아산전 후반에 김형근의 부상 탓에 갑작스럽게 교체 투입됐다. 지난 부천FC1995전까지 리그 5경기 연속으로 그라운드에 나섰다. 5경기에서 내준 실점은 단 3골이다. 특히 최근 2경기 연속으로 무실점 승리를 거두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강정묵은 갑작스런 출전으로 당황할 법도 했지만 오히려 멋진 선방쇼를 선보였다. 강정묵은 OSEN과 인터뷰에서 “1년차부터 언제든 들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항상 준비되어 있어서 자신이 있었다”라는 심정을 전했다. 
강정묵은 “중학교 때 축구를 시작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1년 빼고 거의 모든 경기를 뛰었다. 하지만 대학교 1~2학년 때는 아예 못 뛰었다”라며 “그때의 기억 덕에 버틸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사진] 서울 이랜드 제공
강정묵을 깨운 멘토, 정정용과 구성윤
오랜 기간 벤치를 지킨 강정묵이 이토록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는 데는 좋은 멘토의 존재가 있다. 이번 시즌 이랜드를 바꾸어놓은 정정용 감독의 역할이 컸다. 
강정묵은 “정정용 감독님이 오시면서 팀 템포가 빨라졌다. 평소 역습시 킥이 장점이라 생각했는데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원하는 축구를 더 발전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정 감독의 직접적인 조언도 강정묵에겐 큰 도움이 됐다. 강정묵은 “처음 교체 출전을 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면서 부담이 많이 됐다”라면서도 “감독님이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라고 말해주셨다”라고 전했다.
강정묵에겐 뜻밖의 멘토가 있었다. 바로 국가대표 골키퍼 구성윤(대구)이다. 둘은 재현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재학시절 재현고 축구부에는 골키퍼 코치가 없었고, 구성윤이 후배들을 이끌고 자발적으로 골키퍼 훈련을 진행했다.
자연스레 강정묵은 구성윤을 롤모델로 삼았다. 강정묵은 “성윤이 형의 습관을 따라하다보니 자연스레 롤모델로 삼았다”라고 밝혔다. ”올해도 훈련량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더니 쉬는 날 같이 운동하자고 제안했다. 함께 운동을 하면서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고, 자신감도 회복했다”라고 덧붙였다. 
구성윤의 멘토링은 바로 효과를 봤다. 강정묵은 “성윤이 형에게 프리킥 막는 법을 배웠다. 그 덕에 대전 안드레의 프리킥을 막았다. 프리킥도 다른 슈팅을 막듯이 하라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 서울 이랜드 제공
강정묵이 승격 원하는 이유, “TV에 나와야 한다.”
이랜드는 이제 4경기만을 남겨뒀다. 현재 승점 34로 3위에 올라있지만 경남, 대전, 전남(이상 승점 33)과 차이는 거의 없다. 남은 4경기 결과가 PO 진출 여부에 결정적이다. 
기존의 주전 골키퍼 김형근의 공백이 장기회되면서 강정묵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어쩌면 강정묵의 손에 이랜드의 한 시즌 농사가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부담을 느낄 수 있겠지만 강정묵은 오히려 자신감에 차있다. “공을 막는 것보다 팀의 패배를 막겠다. 올해 승격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며 “부담스러운 상대는 없다. 매경기가 결승”이라고 말했다.
강정묵에겐 반드시 승격을 해야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가족들의 응원이다. 강정묵은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내가 TV에 나오는 것을 엄청 좋아하신다. 하지만 K리그2는 TV가 아니라 인터넷에서 볼 수 있다. 꼭 TV에 나오는 경기에 뛰고 싶다”라며 승격을 향한 욕심을 전했다. 
끝으로 강정묵은 “여자친구 부모님이 항상 경기를 챙겨보시는데 정말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raul164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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