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떠난 날, 창단 첫 10위 불명예…한화에 칼바람 분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0.10.23 05: 45

레전드 김태균이 은퇴 기자회견을 갖고 이글스파크를 떠난 날, 한화는 창단 첫 10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김태균의 은퇴로 본격적인 세대교체, 선수단 개편을 알린 한화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분다. 
김태균은 22일 대전 KIA전을 앞두고 자신의 청춘을 바친 한화생명이글스파크를 찾아 은퇴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21일) 현역 은퇴를 공식 발표한 김태균은 “젊은 선수들이 성장하는 상황에서 팀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며 “모든 선수들이 포스트 김태균으로 성장해 한화가 최강 팀이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20년 프랜차이즈 레전드가 후배들의 앞길을 열어주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날, 한화는 KIA에 4-10 완패를 당하며 7연패 늪에 빠졌다. 시즌 43승93패3무가 된 한화는 잔여 5경기에 관계 없이 10위가 확정됐다. 지난 2015년 10개 구단 체제가 시작된 후 처음으로 10위에 내려앉은 것이다. 

김태균이 눈물을 흘리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rumi@osen.co.kr

이로써 한화는 지난 1986년, 2009년, 2010년, 2012년, 2013년, 2014년에 이어 팀 역대 7번째 최하위가 되는 불명예를 썼다. 역대 최다 9번의 꼴찌 시즌을 보낸 롯데가 있지만, 20세기 이후로는 무려 6번으로 롯데(5번)를 넘어 리그 최다 기록. 더딘 세대교체와 육성 실패의 후유증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년간 중심타선을 지켜온 김태균도 리빌딩이 절실한 팀 상황상 더 이상 자리를 지킬 수 없었다. 한 관계자는 “한화의 전력이 강하고 여유 있는 상황이라면 김태균이 1년 정도 더 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구단에서 선수단 전면 개편을 준비하고 있고, 새로운 감독과 새 판을 짜야 할 상황이라 결단을 내려야 했다”고 귀띔했다. 김태균이 대선수답게 구단의 상황을 이해하고 결단을 내리면서 잡음없이 마무리됐지만 한화에는 또 다른 과제들이 남아있다. 
가장 먼저 선수단 정리가 이뤄진다. 여느 해처럼 방출 시기가 왔다. 김태균의 은퇴로 얼마 남지 않은 한화의 베테랑 선수들도 칼바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계약기간이 남은 선수들도 있지만 전성기가 지나 커리어의 끝자락에 있는 선수들은 내년 시즌을 보장받기 어려워졌다. 시즌 후반부터 투타에서 젊고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튀어 나오고 있어 전면 리빌딩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선수단 다음은 구단 수뇌부다. 한화는 지난달 초 박정규 대표이사가 팀 성적 부진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문제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그 이후 한 달 반이 넘도록 후임자가 결정되지 않았다. 전직 사장 출신 야구계 인사가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건 없다. 구단도 그룹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신임 대표이사 선임 문제는 차기 감독 발탁과도 연동돼 궁금증을 낳는다. 
8회말 2사 주자 3루 한화 최진행의 좌익수 앞 1타점 적시타때 홈을 밟은 박상언이 덕아웃으로 들어가며 최원호 감독 대행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rumi@osen.co.kr
한화 구단 내부적으로는 차기 감독 리스트를 추렸다. 그룹에 결재를 올려 재가를 받는 과정이 일반적이지만 새로운 대표이사의 의중에 따라 결정이 바뀔 수 있다. 그룹에서 내려오는 대표이사라면 구단의 원안대로 밀고 갈 수 있지만, 야구계 출신 인사가 선임된다면 방향이 바뀔 수 있다. 김태균의 은퇴와 창단 첫 10위 불명예 속에 한화의 운명도 중대 기로에 섰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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