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남자’인 월드컵 영웅 최진철은 ‘츤데레&수다쟁이’[오!쎈 인터뷰]
OSEN 홍지수 기자
발행 2020.10.30 18: 02

현역 시절에는 거친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던 ‘상남자’. 지금은 친구 걱정이 앞서는 마음 따뜻한 ‘수다쟁이’.
최진철은 오랜만에 월드컵 동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는 유상철(49)과 이운재(47), 이천수(39)와 함께 축구가 아닌 다른 종목, 골프 채를 잡고 필드 위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버거·치킨 브랜드 맘스터치를 운영하는 해마로푸드서비스㈜가 후원하는 ‘맘스터치 레전드 빅매치 시즌6’에 참여해 ‘2002 레전드’ 팀으로 축구 예능 ‘뭉쳐야 찬다’에서 활약 중인 김재엽(56), 양준혁(51), 여홍철(49), 이형택(44) 등 또 다른 레전드들과 골프 대결을 펼쳤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유도 금메달 리스트 김재엽과 프로야구 ‘양신’ 양준혁 등 각 종목을 대표하던 인물들과 함께 2박3일간 필드 위에서 골프 실력을 뽐냈다. 대결에 임하는 자세는 현역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최진철은 “각 종목에서 정상에 올랐던 인물들이 모였다. 승부욕, 집중력이 역시 대단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정점을 찍은 경험이 있는만큼 대결에 임하는 준비 자세가 남다르다. 욕심이 있는 것 같다”고 감탄했다. 정작 본인은 “욕심이 없고 즐길뿐이다”라고 했다.

'맘스터치 레전드 빅매치 시즌6'에 참가한 최진철.

최진철은 현역 선수시절에는 ‘상남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특히 2002년 한일 축구 월드컵 16강전인 이탈리아와의 경기는 압권이었다. ‘우승 후보’ 였던 이탈리아는 ‘빗장 수비’를 바탕으로 승리를 쟁취하는 팀 색깔이 짙었지만, 전반적으로 강한 압박과 정확한 킥 능력이 깔려있는 유럽 강호 중 강호였다. 그리고 막상 마주한 그들은 더욱 강했다. 또 거칠었다. 
한국 대표팀 선수들은 이탈리아 선수들의 거친 몸 싸움에 맞서야 했다. 타고난 힘과 스피드를 자랑하는 공격수 크리스티안 비에리를 막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해야 했다. 한 순간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경기였다. 
약간의 여유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중압감을 극복하고 ‘태극 전사’들은 ‘아주리 군단’을 꺾었다(2-1 승). 한국 대표팀은 이후 4강 신화를 만들었다. 체격 조건부터 좋은 유럽 선수들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고 맞섰다. 그 후, 당시 주인공들은 어느덧 40대 중반을 넘긴 ‘레전드’가 됐다. 월드컵 4강 신화는 벌써 16년 전 이야기다. 비장한 표정이 전부였던 당시 주인공들은 현역 모습을 벗어 던지고 지금은 마음 따뜻한 수다쟁이가 되어 있다. 
수비수였던 최진철은 그 중에서도 ‘반전 매력’이 가득한 월드컵 영웅이다. 현역 시절에는 축구 인생에 모든 것을 걸었고 승부에 집중하느라 웃는 표정을 보기 어려웠다. 팬들에게는 과묵한 이미지였다. 최진철은 한 마디 했다. 그는 “예전에는 내가 할 일에만 집중했고 말이 많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말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월드컵 무대를 누비던 최진철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의아했다. 오히려 그는 “분위기 메이커는 (이) 천수다. 천수가 분위기를 잘 만든다. 그리고 이번에 보니 (이) 형택이도 분위기를 잘 맞추더라”고 말했다. 하지만 곁에 다른 동료들의 생각은 달랐다. 최진철은 꽤 수다쟁이었다. 그리고 ‘츤데레(쌀쌀맞고 인정이 없어 보이나, 실제로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을 이르는 말)’였다.
동료이자 친구인 유상철은 “말이 너무 많아”라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최진철은 누구보다 친구를 걱정하고 아꼈다. 멀리서는 ‘투덜’거리는 듯 보였지만, 유상철의 건강을 걱정했다. 비가 오면, 비 맞을까봐 우산을 챙기며 온 신경을 친구에게 쏟았다. 골프 대결을 위해 모였지만 췌장암과 맞서 싸우는 중인 친구의 건강이 우선이었다.
최진철은 “상철이와 그동안 많이 친하게 지냈다. 대표팀에서도 같이 뛰었고 오랜 시간 인연을 쌓았다. 그런데 근래에 대화를 더 많이 나누고 있는 듯하다”면서 “사실 상철이의 몸 상태에 대한 걱정이 좀 있다. 앞으로 더 많이 좋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싶다. 상철이가 몸 관리를 잘해서 이렇게 운동을 함께 계속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팬들 기억 속에서 거친 몸싸움을 하던 ‘상남자’로 남아있던 최진철은 유쾌한 수다쟁이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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