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최형우(37)가 나이를 잊은 맹타를 휘둘렀다. 시즌 막판 맹렬한 페이스를 선보이면서 통산 두 번째 타격왕을 사실상 확정 짓는 모양새다.
최형우는 30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정규시즌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1회 2사 2루에서 2루수 땅볼로 물러났고 4회 2사 후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2타수 1안타를 기록하고 6회초 돌아온 세 번째 타석을 앞두고 대타 이우성으로 교체됐다. 이로써 최형우는 시즌 타율 3할5푼4리를 기록하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타격왕 등극이 사실상 굳어지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올 시즌 최형우는 조용하지만 꾸준하게 4번 타자의 몫을 해냈다. 타이틀 홀더를 노릴만한 성적은 아니었지만 타격 전부문에서 고르게 상위권에 기록을 분포시키며 커리어 상으로 손꼽히는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던 가운데 최형우에게도 타이틀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타격왕이었다. 멜 로하스 주니어(KT),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두산), 손아섭(롯데), 김현수(LG) 등이 선두그룹을 형성하면서 타격왕 레이스를 펼치고 있었다. 그러나 김현수와 페르난데스의 페이스가 뚝 떨어졌고 로하스와 손아섭은 현상유지를 하고 있었다. 3할5푼대 언저리의 타율이 타격왕의 기준이 됐다.
그러던 가운데 시즌 종료를 앞두고 최형우의 타격 페이스가 더욱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다. 3할4푼대의 타율을 유지하던 최형우는 지난 24일 삼성전 5타수 3안타를 때려내며 시즌 초반 이후 처음으로 3할5푼대로 올라섰다. 3할5푼1리를 찍었고 로하스, 손아섭을 바짝 추격했다. 이후 1~2리 차 경쟁을 이어가다 28일 KT전 4타수 3안타를 때려내며 마침내 3할5푼3리로 타격 1위에 등극했다.
29일 두산전 2타수 1안타를 기록했고 이날 롯데전에서 2타수 1안타를 기록, 시즌 타율 3할5푼4리4모(522타수 185안타)를 기록했다. 시즌 종료를 앞둔 10경기에서 최형우는 타율 4할5푼5리(33타수 15안타)의 고감도 맹타를 휘두르며 타격왕 등극의 9부 능선을 넘었다.
다른 팀들의 경기가 모두 마무리 된 가운데 30일 맞대결을 펼친 타격왕 경쟁자 손아섭은 6타수 3안타를 기록하면서 마지막까지 분전했지만 시즌 타율 3할5푼2리(540타수 190안타)로 최형우를 뛰어넘지 못하고 시즌을 마무리 했다. KT 로하스 역시 한화와의 최종전에서 기록적인 맹타를 휘두르지 않는 한 최형우의 기록을 뛰어넘기 힘들다.
그리고 KIA는 아직 1경기를 더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윌리엄스 감독 역시 최형우의 타격왕 등극에 신경쓰고 있는 상황. 최형우가 현재 타율을 유지하면서 타격왕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최형우가 타격왕에 등극한다면 지난 2016년 이후 통산 두 번째 타격왕 수상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