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잔류왕 꼬리표 떼겠다."
‘잔류왕’ 인천 유나이티드가 FC서울을 잡고 극적인 잔류에 성공했다. 인천은 3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파이널라운드B 최종전서 서울을 1-0으로 제압했다. 전반 32분 아길라르의 천금 결승골이 잔류를 이끌었다.
인천은 이날 승리로 승점 27을 기록, 최종전서 성남에 역전패한 부산(승점 25)에 강등 악몽을 선사하며 잔류를 확정지었다. 인천은 시즌 종료 2경기를 남겨두고 꼴찌를 전전했지만 부산에 극적인 2-1 역전승을 거둔 데 이어 서울까지 물리치며 생존 본능을 발휘했다.

수훈 선수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인천 미드필더 김도혁은 “부담감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감독님이 '우리는 잃을 게 없다'고 말씀하셨다. 선수들도 스스로가 잔류를 확정하고 싶었다. 원팀이 되어서 잔류할 수 있었다”라고 생존 원동력을 밝혔다.
잔류왕 꼬리표에 대해선 “어떤 프로 선수도 잔류왕 꼬리표가 자랑스럽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도 떼고는 싶지만 잘 안되는 것 같다. 그래도 우리가 이렇게 잔류할 수 있어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준비를 잘해서 내년엔 잔류왕 꼬리표를 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전날 서울 수비수 김남춘의 급작스러운 사망 소식은 인천에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동료의 안타까운 비보를 전해들었을 때 인천 선수들도 모두 걱정스러워 했다. 나 또한 심란해지고 먹먹해지더라. 그러나 중요한 결과를 놓쳐서 변명하기 싫었다. 감독님부터 잔류를 확정한 뒤에 장례식에 가자고 했다. 저녁이 되면 선수단이 남춘이 형을 찾아가서 애도를 표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시즌 중반 부진을 딛고 극적으로 잔류한 배경에 대해선 "감독님이 부임했을 때 성남전을 치렀다. 감독님이 우리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스리백으로 전환한 게 잘 맞았다. 선수들의 장단점을 잘 알고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해주신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고 조성환 감독에게 엄지를 세웠다.
아산 군복무를 제외하고 인천 원클럽맨으로 활약한 김도혁은 “전달수 대표님이 부족한 부분을 많이 변화시키려고 하고 있다. 우리는 코칭스태프의 지시를 잘 따른다면 내년엔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희망을 노래했다.
오랜 시간 인천의 잔류를 경험한 김도혁은 “솔직히 감독님이 오기 전까지 포기했었다. 감독님이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줘서 어둠 속에 조금씩 빛이 생겼다. 선수들을 대표해서 조성환 감독님에게 감사드린다. 내년에 더 좋은 팀으로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김도혁은 마지막으로 "여름 이적시장에서 부산과 성남은 많은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다. 팀의 지출을 많이 아꼈다. 우리는 부족한 선수들을 보강했다. 임대온 선수들이 잘 녹아들어서 원팀이 됐다. 자기가 잘하려고 하면 잘 안되는데 희망을 가진 선수들이 하나가 되기 위해 서로를 이해하려고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라며 기뻐했다./dolyng@osen.co.kr
[사진] 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