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선수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한 추모는 유니폼 색깔을 초월했다.
울산현대는 1일 울산문수구장에서 개최된 ‘하나원큐 K리그1 2020 최종 27라운드’에서 광주FC를 3-0으로 물리쳤다. 같은 시각 전북(승점 60점)이 대구를 2-0으로 제압하면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울산(승점 57점)은 2년 연속 2위에 머물렀다.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시즌 초반 단독선두로 치고 나갔던 울산은 빅매치에 약한 면모를 보이며 스스로 우승기회를 발로 찼다. 특히 전북과 세 차례 대결에서 모두 패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우승을 위해 데려온 대형수비수 김기희가 전북전 결정적인 순간마다 치명적인 실수를 범해 아쉬움을 남겼다.

‘동해안 더비’로 관심을 모은 포항과 25라운드 0-4 완패도 충격이었다. 포항은 울산이 우승의 적기를 맞을 때마다 결정적인 한 방을 터트려 좌절을 안겼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울산은 포항과 첫 두 게임에서 4-0, 2-0으로 이기고도 가장 중요한 마지막 경기서 대패를 당했다.

우승문턱에서 번번이 좌절을 맛본 울산 팬들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2위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 ‘전쟁은 팬들만 준비하는가’, ‘왕관을 쓰려면 그 무게를 견뎌라!’, ‘15년의 기다림’ 등 선수들의 정신력을 강조하는 팬들의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그곳의 봄은 행복하길'이라며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서울 김남춘을 추모하는 걸개도 있었다. 한 팬은 '김남춘 선수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귀를 적어 고인을 추모했다. 응원하는 팀을 떠나 선수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한 메시지에 팬들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서울 대 인천전에서 일부 인천팬들이 원정팬 관전이 금지된 경기장에 몰래 들어가 성숙하지 못한 관전태도를 보였던 것과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울산이 최종전에서 광주를 잡았지만, 같은 시각 전북이 대구를 누르면서 K리그 4연패를 확정지었다. 휴대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경기결과를 확인하던 울산팬들은 마지막 희망을 놓고 끝내 좌절하고 말았다. 시즌 내내 선두를 달렸던 울산은 이번에도 마지막에 넘어졌다. 15년 만의 우승을 염원했던 팬들도 다시 한 번 실망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울산=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